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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뫼 Apr 01. 2020

[스타트업 코칭일기]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

호기심을 질문하기 앞서 먼저 내가 해야 하는 것

  저는 신사업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역량 중에 '호기심' 을 뽑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라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곧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호기심이 신사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2가지가 꼭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은 "노력"과 "깊이" 입니다. 사실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단순한 답변에 만족하면 그것은 사업에 도움이 되는 진짜 '호기심'이 되기에 부족합니다. 그럼 노력과 깊이라는 부분에서 일단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비창업가니까 모를수도 있습니다. 예비창업가니까 이것저것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하죠. 하지만~ 예비창업가라는 단어로 모든 것이 다 용납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스스로 알아볼수 있는 데까지는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비창업이라는 단어가 그냥 입만 "아아아아" 벌리고 있으면 떠먹여주는 '육아'라는 단어와 동일시 되면 안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육성'을 하는 것입니다 '육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년이나 중장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학벌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개인적인 성향에 따른 문제더군요


창업지원 공고문이 뜨면 설명자료를 잘 읽어 보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을 모아서 문의를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예비창업가나 1년차 스타트업의 경우 대체로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아요! 그래서 대충보고 궁금한게 있으면 바로 전화를 해서 물어봅니다.


"이건 왜 이래요? 저건 왜 이래요?" 그리고 뿌듯해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난 창업가 스타일~ 오예~"


사실 예비창업가의 입장에서만 보면 대충 보고 전화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담당자 붙잡고 30분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이 자기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고민하는 3시간에 비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 같죠. 그런데 말입니다. 한명의 담당자가 적게는 수십팀 많게는 100팀이 넘어가는 지원자를 관리하는데 당신만을 위해 30분을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쉬울까요? 그래서 이미 공고문에 있는 내용이니 공고문을 잘 읽어보라고 하면 이렇게 항의하는 예비창업가가 있습니다.


"내가 잘 찾아봤는데 없으니 물어본거자나요!"
"모르니까 물어보는데 왜 이렇게 불친절해요?"
심지어 "담당자 이름이 뭐야!" 도 있습니다.


일일히 찾아서 공고문 2번째 화일 3페이지 제일 위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라고 안내해봐야 나오는 답변은 '아 그래요?'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예시로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사실 동종업계로 재창업은 대체로 창업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다른업종 재창업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분은 창업했다가 폐업을 했는데 업종과 업태가 기억이 안난다고 문의를 해왔습니다. 일단 문의하는 곳이 틀렸어요 그건 창업지원사업 담당자가 아니라 국세청이나 세무서 담당자에게 가야죠


"폐업증명서에 나오니 떼어보세요"
"폐업증명서에 업태와 업종이 안 나와요"
"(ㅇ ㅔ? 진짜 ?) 네? 그럴리가 없는데 잠시만요~"
(네이버에 '폐업증명서 업태' 로 검색해보니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블로그 까페 홈페이지 주루룩 나옴)


"네이버에 검색 하면 폐업증명서 업태 발급받는 방법이 나오고 다른분 샘플 보면 여기 업태 업종 다 나와있는데요?"
"아 그래요? 그건 그렇고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아마 이 문장이 예비창업가 육성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Top3 중 하나일 겁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다른 질문이 있는데요" 요 문장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시면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1. 이 분은 사전조사 없이 대충 보고 그냥 전화했구나
2. 그러니 질문도 미리 여러가지 준비한게 아니라 그냥 전화해서 머리 속에서 즉각 즉각 떠오르는 질문을 하는구나
3. 그러니 비슷한 중복질문을 반복해서 묻는구나
4. 이왕 통화가 된 김에 정보는 입수하고 싶은데 아는게 없고 끊기는 싫으니 앞뒤맥락 없이 시간만 질질 끄는구나
5. 실례지만 팀이름이 뭐에요? 


라고 물으면 그제야 아 아직 안정했어요 이러고 전화를 끊습니다. (눈치는 빨라서)

젊은 예비창업가들만 이러는게 아닙니다. 제가 50대 예비창업가도 담당을 하는데 50대도 "아 그래요?" 이 말 참 자주 쓰십니다. 꼼꼼해지셔야 합니다. 아니면 공동창업가를 매우 꼼꼼한 분으로 모시던가요....

기본적으로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내가 할수 있는 수준까지는!!! 많은 것 안 바랍니다. 공고문을 보면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 배경을 모르시니 그런데 읽어보고, 따로 유사 프로젝트 조사하고, 고민해보고 하는 질문하고 정말 제목보고 대충 훑어보고 질문하시는 분들하고 질문의 레벨이 다릅니다. 질문의 레벨이 다르니 얻어가시는 지식도 그 "깊이"가 다를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노력과 깊이라는 부분에서  "깊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예전에 신사업팀에서 근무할때가 생각나는 추억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당시 각각 신사업 프로젝트 서너개를 담당하여 추진했는데 주1회 임원이 주재하는 전체회의에서 서로 진행경과를 보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해외 신사업을 추진하는 어떤 팀원이 몇개월을 추진했던 'A' 라는 현지 파트너가 협력의사를 철회하여 B 라는 프로젝트를 더이상 추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항을 보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 잠깐~!!! 여러분이 B프로젝트의 담당자라면 임원이 여기서 무슨 질문을 할거라 생각하시나요? 이를 예상했다면 미리 무엇을 알아봤을까요? 어떤 질문을 예상하고 어느 정도 '깊이'까지 알아보셨을까요? 여러분이 생각할때 왜 갑자기 파트너가 사업을 포기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잠깐 고민하시고 다음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담당자 "네~ 상무님 'A업체' 담당자가 이 사업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상무님 "그러니까 몇개월을 같이 하다가 갑자기 왜?"

담당자 "네? (아니 현지업체가 더이상 안한다는데 더 무슨 이유가 필요하지? 라는 얼굴로)"

상무님 "우리랑 안하고 독자적으로 하겠다는거야? 아니면 그 회사도 포기한다는 거야?"

담당자 "네? 아마 그 회사도 안한다는 것 같습니다"

상무님 "아마가 뭐야? 담당자에게 알아본거야?"

담당자 "네 자기들이 더이상 안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상무님 "아 그러니까 ?" (이정도 되면 이제 회의실 분위기는 쏴아아아 얼어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위 상황에서 "상무님이 성격이 이상하네" 라고 생각하면!!! 창업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담당자가 일을 설렁설렁했네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겼어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창업이나 신사업 담당자로 어울립니다. 저는 너무 궁금해서 꼭 원인을 찾아보는 스타일인지라 여러분에게 제가 경험했던  신사업이 철수당하는 몇가지 경우를 소개하자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Case by Case입니다만)


1) 인사이동으로 의사결정권자가 바뀐 경우 (전임자가 시작한 신사업을 후임자가 철회 : 내 성과가 아님)

2) 수익성에 관련된 법규의 변경 또는 기대 수익보다 낮은 기준으로 신규 법령 발효 (예상수익 저하)

3) 경쟁사가 이미 시장을 들어가서...망했을때 (성공했을때는 오히려 철수하지 않습니다)

4) 몇개월 전에 처음 보고할때 담당자가 실제 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보고한 경우


여러분들의 예상과 비슷한가요? 하여간 "안한다" 는 팩트입니다. 우리는 인간이자나요 메신저가 아니자나요 그러니 거기에 "왜?" 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하는 거죠. 

"네 상무님 이번에 "A"사 사장이 바뀌었는데, 신임 사장은 신재생에 매우 부정적이라 석탄화력발전 투자에 예산을 모두 전용한다고 합니다. 당분간 A 사와는 신재생 투자건은 협력은 어렵고 석탄화력으로는 협력 가능성을 좀 더 알아보고 보고하겠습니다"

왜에? 라는 질문에 이정도는 알아보고 대답해야한다는 거죠


그런데 [스타트업 코칭일기]하고 '호기심'하고 무슨 관계냐고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기본적으로 회사를 오래 다녔다 해도 본인 직무에 대해서만 오래 일하고, 신규법인 설립이나 신사업을 담당하지 않는한 창업 생태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사회경험이 짧은 20대의 경우에는 더더욱 비즈니스 상식이 부족합니다. 요즘은 특히나 20대 창업을 장려하고 몇천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요즘 시대인지라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창업을 하고 하다보니 '나를 둘러싼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내 아이디어를 완성시키는 것' 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디어는 씨앗입니다. 순이익이라는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애정과 적절한 케어가 필요합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창업을 하려는 분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그냥 톡톡 튀는 얌체볼일 뿐입니다.
아이디어는 신사업의 여러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에요
창업가는 진중하게 매사 계속 배우고 성장하셔야 합니다.


PS) 앨런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보다는 차라리 김우중 회장님이나 정주영 회장님 스타일이 더 한국 창업에는 적절하지 않나 싶어요~


PS) 사실 폐업증명서에 안나와요 보다 더 황당한 분의 질문은 폐업증명서 / 업태 / 업종이 뭐에요? 였습니다. 이미 한번 창업하고 한번 폐업을 했는데 업태와 업종을 모르면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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