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월이네 Feb 18. 2018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여자라면 누구나 파란만장한

최근 들어 불거지는 미투운동. 성평등, 페미니즘 등과 더불어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는걸 보고 있자니 대체 내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는가 싶다.

그러나 이야기들을 보며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던게 맞았다. 그래서 저런 얘기들을 보면서 제삼자적인 입장으로 경악하고 있던 중,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역시 여자라는 존재로 주체가 맞았다.

나는 연애도 많이 안 해보고 생긴건 또 사나워 보인다는 얘기도 듣고 성격 세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 편이다. 간혹 남의 말을 잘 안 믿고 하고 싶은 말 주저없이 하는 편이며 특히 어른 세대의 여성 일가친척들은 니가 좀 참아라는 말을 한다. 지금도 노처녀긴 하고. 하지만 그나마 내가 나돌아다니는 것에 비해 사건이 약하고 큰 일이 없어 일시적으로 저런 상황들을 객체로 볼 수 있었던건, 성격이 센 덕분이었던것 같으므로 난 일단 마이웨이를 고수하려 한다. 그럼 내가 주체적이었던 이야기들을 몇 가지 해보겠다.


#사람 함부로 믿는거 아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인가 교회를 다녔다. 근데 그 교회가 산 속 마을에 있는 교회이기 때문에 주로 교회차를 타고 다녔는데, 일요 예배 후에 점심 먹고 좀 늦으면 집을 걸어오기도 했다. 40분 정도 걸리는 산길을 주거지도 아니라 집도 없고 도로는 있었지만 차는 간혹 가다 오는 그런 인적 드문 길이었다. 어느 날 동생들과 함께 걸어가던 길에 옆에 20대 남자들 몇 명이 찬 승용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러더니 날 보고 “너네 엄마가 너 빨리 오라고 우리보고 데리러 오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모르는 남자였기 때문에 그런 사람한테 엄마가 말할것 같진 않아서 안 탔다. 그 차는 몇 번 자기도 모르는 우리 엄마를 시전하며 “엄마가 오라고 했다니까~” 계속 날 재촉하며 타라 했지만 동생들도 있고 해서 난 계속 안 탔는데 그랬더니 좀 그러다가 갔다.

그 때는 뭐 이상한 사람들이네, 이러고 넘어갔는데 커서 어느 날 갑자기 교회를 가다가 그 기억이 떠올라서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 내가 만약 그 차를 탔더라면.....

물론 어린 여자애들이 걷는게 힘들어보여서 고개 넘어까지 차를 태워주겠다는 배려일 수도 있었겠느나 그러면 우리 엄마를 들먹이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땡스갓 신의 가호를 느끼고 나에게 스스로를 칭찬했다.


#2 내 엉덩이는 내꺼야 이 $@$&)}£>€{>]%

어느 추석날이었을거다. 나는 외갓댁에서 장녀로 밑으로 10살 차이나는 이종사촌들이 주르르 있었다. 고3때인가 명절에 애들이 이모네로 어쩌다 모였는데 심심할것 같으니 나보고 애들 데리고 피씨방을 가라는 것이었다. 그 때 아마 청소년 제한시간이 있어서 9신가 10시 이후에는 입장이 안 되지만 내가 보호자란 명목으로 그 이후까지 놀고 있었다.

나는 좀 둔한 편이다. 그러니까 특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라는 부분에서는 쉽게 사람 의심하거나 의도를 해석하지 않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그런게 심해지긴 했다...

여튼 나 역시도 한게임 등 그 시절 유행하던 몇 가지 게임을 하면서 앉아있는데, 유난히 왼쪽남자가 오른쪽으로 붙는게 느껴졌다. 어차피 칸막이도 있고 보니까 카드인가 고스톱하길래 그러려니 대수롭지 않게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 그냥 등이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 첨엔 겜하느라 그 느낌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왜 어디가 내가 아픈가 싶다가 그 순간 그 새* 오른 다리가 내 책상에 걸쳐져 있는게 보였다. 일단 빡이 돌았는데 거기서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대신 남자인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지금 내 옆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의 통화를 했다. 뭐..... 욕도 좀 섞어서. “미* 새* 씨* 새*가 지금 내 옆에서 존* $@&>¥{¥%£%¥”

그 통화를 한 오분 간 했던것 같다. 통화에 그 인간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조용히 자기 자리 정자세로 앉아 게임을 계속 했다. 동생들은 좀 저 멀리 있었어서 통화 끝나고 바로 걔네들을 데리고 이모네로 돌아갔다.

피씨방에서 누군가 들었을까? 게임소리가 시끄럽고 각자의 환상 속에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고도 몰랐다는 그런 서글픈 생각은 쉽게 하지 않으려 한다. 집에 돌아가 이모한테 얘기하니 별 피드백이 없었다. 뭐 피씨방 가서 따져주는것 까진 기대도 안했지만 같이 욕을 한다거나 분개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럴수도 있지~”의 반응이었다. 내가 이상한가? 생각하다가도 경찰에 신고할걸, 신고해서 니 가족에 꼬지른다 합의금을 내놔라 이런 상상의 나래를 며칠간 펼쳤다. 그만큼, 억울했다.


#3. 남의 차는 함부로 타지 않습니다.

대학생 때 주말엔 주로 집에 내려와 있고, 일요일 저녁에 올라가곤 했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시골 버스 정류장인데 서울로 가기위한 주요 길목이라 4차선 도로에 차가 뻥뻥 다니는 그런 곳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저녁 9시 버스를 타려고 나와서 혼자 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와서 스는거다. 뭐 왜 저러나 싶었는데 나보고 서울 가냐고, 가는데 같이 태워다 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음....순간 약간 혹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뒤에 버스에 친구가 타서 기다리고 있다고 일단 뻥을 치고 난 안 탄다고 그냥 버스를 기다렸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나와서 저기 가서 담배를 태우고 오더니 나한테 다시 묻는거다. 태워다 주겠다고.  그렇게 5분간 실랑이 했던 것 같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안된다고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를 내세우면서 안 탄다고 했더니 또 그렇게 갔다.

후에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공짜찬데 타지 그랬어~"라고 말하는 엄마를 보면서 순간 이게 뭔가..싶기도 했지만. 아직도 여러 가지 상황이 닥치면 '니가 참아'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시골의 엄마를 보면 딱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 때도 내가 이상한가..?라고 생각하고 말아버린 것이다. 나를 보호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 역시도 사람의 '정'이 살아 있는 상황으로 보는 것이다. 거기서 크게 무슨 일이 생기겠냐는.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우리 집 사람들은 음..나돌아 다니는 것에 비해 사건사고가 크게 없다. 그리고 드라마의 영향도 조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_-;;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군가 도와 주고 그로 인해 인연이 생기고 좋은 사람을 만나겠지..라는 허황된? 너무 허황됐지만 어쨌든 시골과 서울의 온도차는 꽤 있었고, 그 당시도 여전히 성평등, 페미니즘은 저 바닥에 있던 시절이었으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차 타라는건 참 지긋지긋하다.


#4. 노래방에 앉아 있으면 다 니가 아는 여자니?

친구(남자애)가 노래방에서 알바를 했었다. 가끔 거기 가서 밥도 먹고, 노래도 좀 얻어 부르고 했어서 갔었는데 어차피 카운터는 친구가 보니까 난 그냥 노래방 입구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음..학생들이 많이 오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퇴폐적인 곳도 아니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불러서 가고 난 그냥 입구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술 마신 아저씨가 나와서는 갑자기 내 옆에 앉아 어깨동무를 하면서 어디로 갈까 뭐 그런 식으로 얘기했던것 같다. 당황한 나는 그 옆자리로 옮겨 친구를 째려 봤지만 그 자식은 멋쩍은 듯 아무 말도 안했고, 그 아저씨도 뒤에 일행 나오니까 그냥 또 갔다.


#5. 제발 좀 곱게 늙어...

이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제작년, 업무 때문에 유럽 F국가 한 대학에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회의를 할 일이 있어서, 기숙사라서 방 교체 문제도 있어서 담당교수를 방으로 불러서 회의를 했다. 그 인간이 예약해준데다가 방도 봐야 한다고 했거든. 뭐 귀찮게 나가느니 방이 복층에 꽤 넓은 방이고 창도 큼지막해서 그냥 쇼파에서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회의는 대충 하더니 끝내고 갑자기 여행하느라 힘들었지않느냐면서 자기가 좀 봐주겠다는 거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난 쉽게 사람의 의도를 의심, 해석하지 않으며 심지어 이 사람은 업무파트너인데?라는 생각에 뭐 그래 힘들었다 얘기했더니, 갑자기 날 만지기 시작하는거다. 음...너무 초반부터 삑소리 지르면 또 왜 예민하게 오해하냐 이런 소리를 들을까봐, 그리고 이 사람은 60이 다되가는 나보다 회사와 관계를 오래 맺은 업무파트너였기 때문에 좀 가만히 있었는데, 있다 보니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그 자리에서 이건 아니라고 그 인간을 바로 내쫓았다. 일정은 남아 있었고, 얼굴은 계속 봐야 해서 나중에 다시 만나서 그건 뭐였냐고 따지니 미안하다고, 니가 너무 매력적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시전하더라..

사과는 하는데, 이 일에 대한 공식사과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쓰라고 했더니 그건 끝까지 무시하더라. 그 다음에도 계속 봐야 했기에 얼굴을 볼때마다 부아는 치어오르고, 볼때마다 떽떽거리고 제대로 일처리를 못하겠는거다. 그랬더니 그 인간이 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관계는 잘 해야 하는 것이라고 나한테 얘기하는거다. 어? 너 왜 이렇게 당당한건데?

한국에 돌아와서 남자인 상사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보고하니 그렇게 안 생기게 봤더니 그러네, 그렇게 한마디 하고 끝났다. 심지어 그 상사는 나중에 보니 성적인 얘기도 분위기용 농담으로 마구 날리는 걍 쓰레기...


이외에도 길거리 가다가 술 취한 인간이 아가씨 잠깐만 물어볼게 있는데요 이러면서 불린 적도, 찜질방의 바바리남 등 소소한 것들은 뭔가 셀수 없이 많다. 긴가민가 했던 상황들도 정말 많고.

사실 인터넷에 마구 올라오는 얘기들도 나는 나를 그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자꾸 올라오는 내용을 곱씹어볼수록, 나 역시도 벗어날 수 없는 그 상황속에 한 명의 여성이었다. 그리고, 생각외로 꽤나 많이 당했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저정도가 뭐 어때? 애매한데? 라고 생각할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배경과 기저에 대한 생각이 보이고 그냥 소름끼치고 더러울 뿐이다. 단지 그 상황에 왜 나는 더 똑부러질 수 없었나, 신고할 수 없었나 그런 억울함들만 남을 뿐이다. 그리고 그 억울함 역시 억울한 것이다. 왜 내가 똑부러져야 하는 것인가? 잘못은 늬들이 했는데?


이건 페미니즘도 아니다. 인간이 서로에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예의이다. 하지만 당장 내 주변에서부터 그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거나 그것이 잘못됐다는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그 사람들을 설득시키려면 내가 이상하게 되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난 성격이 더럽고, 작은 사실에도 예민하게 굴 것 같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근데 작은 것과 큰 것을 누가 구분할것이며, 왜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하는가. 제대로 짚어야 하는게 맞다. 애초에 그러면 안되는 거였거든.


앞으로도 난 약간의 경계를 항상 세우고, 개썅마이웨이를 고집할거다. 이게 내 홧병을 줄여주고 날 위험에서 지켜줬던걸 알았으니, 앞으로도 슬프지만 나 스스로를 잘 보호하고 살아야지.




작가의 이전글 섹시한 네 남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