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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양 Apr 02. 2017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



※스포일러 주의※



평소 책을 읽기 전에 서문과 목차를 읽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악의'도 책을 펼치면서 목차를 찾으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속표지를 넘기자마자 바로 내용이 시작됐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고, 아직 반도 읽지 않았는데 범인이 밝혀지면서는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은 어떤 내용으로 채운 걸까. 그런데 목차가 없으니 얻을 수 있는 힌트는 전혀 없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책을 읽게 되었다.


'악의'에 나온 범인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히다카에 괜한 선입견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히다카를 다시 만났는데, 그 사람은 범인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어있었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에 가까워질 수 없다. 심지어 병에 걸려서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파괴해야겠다는 생각의 씨앗이 싹을 틔우게 됐다.


주변을 살펴보면 뚜렷한 이유 없이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등감 때문일 수도 있고,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슬프지만 그런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악의'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기를 알아내기 위한 과정은 세세히 담겨있는 데 반해 그를 직접 언급하는 부분은 다소 짧았다는 것이다.


초반부에 범인이 밝혀진다는 것 외에 이 책에는 또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등장인물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한다는 거다. 화자가 다르므로 한가지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이야기가 풍부해지려나 했던 착각도 잠시. 등장인물이 파놓은 함정에(정확히는 작가라고 해야 할까) 그대로 퐁당 빠져버렸다는 걸 알게 되면서는 치밀했던 구성과 트릭에 감사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보통 추리소설에서는 범인을 찾으며 '누가', '어떻게',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밝혀진다. 그리고 보통 '왜'로 밝혀지는 범인의 동기는 복수이거나 질투인 경우가 많아서 나는 곧잘 '누가' '어떻게' 저지른 것인지 궁금해하곤 했다. 동기는 뻔할 것이니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을 테다. 그런데 '악의'에서는 범인의 동기를 찾기 위해 가가 형사가 고군분투하고, 동기를 찾게 되자 오히려 사건의 경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 이야기의 진행, 결말 모두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것은 특이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쭉 나열만 했더라면 이 정도의 흡입력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로서 감히 추리를 해보자면 아마 작가도 전형적인 구성 대신 이 이야기를 빛나게 해줄 방식을 찾기 위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그래서 그 덕분에 책을 펼쳐서 덮을 때까지 한순간도 빠짐없이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전체적인 감상평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기도 전에 빛의 속도로 범인이 밝혀집니다. 

그런데도 특이한 구성과 전개 덕분에 흥미진진하고 재밌었습니다. 

별점 ★★★★☆


범인을 미리 알게 되더라도 그 너머에 있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면

같은 작가가 쓴 작품인 '용의자 X의 헌신'을 추천합니다.

사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 하는 사람들의 세세한 심리묘사가 일품입니다. 


여러 화자가 등장하는 특이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면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충격'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점점 어지럽게 느껴집니다. 

또, 같은 작가의 '야행관람차'를 추천합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가해자의 가족과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며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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