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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양 Apr 13. 2017

기린의 날개 (히가시노 게이고) ★★★


※스포일러 주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워낙 저자의 책을 즐겨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고민 없이 쉽게 선택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후딱 다 읽었다. 하루 만에 다 읽었다는 건 아무래도 책이 술술 읽혔다는 증거일 테다. 그런데 내가 '기린의 날개'를 단숨에 읽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설마 이렇게 끝나진 않을 거야'하는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기린의 날개'가 아쉬웠던 이유 세 가지 


먼저, 반전이 다소 생뚱맞다.

이야기는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남겨둔 채 급속도로 진행된다. 물론 극적인 반전을 위해서 선택한 전개이겠지만, 그 반전을 온전히 납득하기는 힘들었다. 다케아키가 아들의 학교를 찾아갔다는 부분을 통해 어렴풋이 아들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겠다는 추측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인이 아들의 친구인 스기노로 밝혀지는 결말에 솔직히 갸우뚱했다. 범인의 심리상태와 성격, 자라온 환경 등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은 탓일까. 진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다는 이유로 친구의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아 참 아쉬웠다.


두 번째, 서사구조가 약하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무관심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지은 죄를 대신 참회하려 했다. 그래서 대신 종이학을 고이 접어 직접 기도를 했다. 그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조용하지만 따뜻한 부성애에 마음이 참 아려온다. 그런데 책에서는 두 사람이 어쩌다가 소원해졌는지, 언제부터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피해자의 기묘한 행동을 가가 형사가 추리하는 데에 훨씬 더 비중을 뒀다. (아이러니하게도 추리에 비중을 많이 뒀다는 건 장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들과 멀어진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되었을 때도 크나큰 감흥이 없었다.


세 번째, 우연이 겹친다.

벤케이 석상 앞에서 용의자의 부인을 '우연히' 만나고, 기린 조각상 근처에서 피해자의 아들인 유토를 '우연히' 본다. 특히 유토를 우연히 본 덕분에 기린 조각상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음을 눈치챈다는 전개는 독자로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점은 재밌다 


첫 번째, 가가 형사의 추리법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나온 주인공을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한다면 아마 가가 형사가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가 형사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그의 신중하고 날카로운 수사 방법에 호감을 느꼈을 것이다.

'기린의 날개'에서는 그 수사 방법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가가 형사가 목격자에게 질문하는 모습, 단서를 끈질기게 따라가 진실을 밝혀내는 모습 등을 상세히 보여준다.


두 번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룬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고 해도, 아니면 우리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가족과 멀어진 아버지, 산재처리를 하지 않으려고 사건을 은폐한 회사,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고 거짓 답변을 강요한 언론. 그래서 처음 읽는 소설이었지만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같이 아파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감상평

살인사건이 등장하긴 하지만 긴박한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또, 반전이 다소 생뚱맞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가가 형사가 수사를 진행하는 방법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으므로, 만약 가가 형사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기린의 날개'도 읽어볼 만합니다.

별점 ★★★


'기린의 날개'를 재밌게 보신 분들, 아쉽다고 느꼈던 분들, 모두에게

같은 작가의 '신참자'를 추천합니다. 가가 형사가 사건의 단서를 찾아갔던 곳인 '아마자케요코초 거리'를 배경으로 소설이 진행됩니다. 조그만 상점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무뚝뚝해 보였던 사람들의 따뜻한 이면도 엿볼 수 있고, 벌어지는 사건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사람들 각각의 이야기가 결국은 전체로 어우러지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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