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

` old& wise` by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by 오정연

현명하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

And oh when I'm old and wise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고 현명해진 순간에는
Bitter words mean little to me
쓰디쓴 말들은 내겐 별 의미가 없어지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4HI1_LTWIk&list=RD-4HI1_LTWIk&start_radio=1

Alan Parsons Project - "Old and Wise" - Lyrics on screen

`Old and Wise`는 20대 초반 유행했던 음악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영화 `비열한 거리`(2006)의 OST로도 익숙한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어 노래가 귓속말 같아`였다.


초반의 간주부터 솜사탕같이 시작되어 차근차근 읊조리듯 자장가처럼 흐르던 이 노래에 반해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있는 용기를 모조리 끌어모아 DJ에게 곡 이름을 물었었다. 그 당시에는 LP로, 시절의 흐름에 따라 테이프와 CD로, 그리고 최근에는 음원으로 다운로드해 꾸준히 듣고 있는 곡이다.


20대엔 이 곡을 직관적으로 해석했다.

`그래 나이 들어가면 내가 좀 더 현명해질 거야`

스무 살의 서툰 나는 어떤 상황이나 역할에 보다 지혜롭게 대처하고 싶었나 보다.

지하철 출근을 즐긴다. 버스도 좋아하지만 헬스장의 `천국의 계단`이라는 기구를 타는 것 마냥 `계단 오르기 운동`을 병행할 수 있으니, 출퇴근길과 운동 1석2조를 책임져 주는 교통수단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 퇴근길에 유난히 사람들이 몰렸다. 내려야 할 역에서 앞뒤로 겹쳐진 사람들 틈에 나 역시 대기 중이었다. 문이 열리자 뒷사람이 나를 밀쳤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앞사람을 밀게 되었다. 순간 `아 밀지 마세요! 내려요!` 매섭게 쏘아보는 앞사람의 반응에 순간 찬물 세례를 받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나의 스무 살 시절에는 얼어붙어 있거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뒤에서 밀었어요`라고 반응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는 같은 상황이라도 어내는 반응은 각자의 선택과 책임이라는 것을 안다. 꽉 찬 지하철에서 연쇄적 밀림현상은 특정인의 탓이 아닌 것도 말이다.


누군가가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순간을 만나 어쩔 수 없는 불쾌함은 남아도, 그러한 상황이 내가 아닌 그의 선택과 태도의 문제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날의 나는 낯선 이의 감정적 반응에 잠시 머물다 사라질 인연에 크게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 싶어 그냥 흘러가듯 내 출근길 여정에만 마음을 썼었다.

살아오면서 생활 속 작은 자극에도 영향받았다. 버스 요금을 낸 후 앉아 있는데 `거기 요금 안 내신 분 빨리 내세요` 신경질적으로 승객을 몰아세우는 기사의 말투에도, 구입한 참외가 상한 것을 알고 교환 요구하는 과정에서 가게주인의 거친 말투조차도, 그저 참고 견딤이 많았던 젊은 시절의 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확고히 알고 있다.

서로를 향한 예의존중이 없는 타인의 말 그리고 행동은 내게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그리고 그들의 언행을 `무례함`이라 지칭하는 것을,

어떤 순간이나 상황이 와도 이제는 나와 그 대상을 분리해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무례한 이는 어차피 지나치면 그만인데 내 에너지를 일부러 써서 부딪힐 이유는 없었다.

이미 신경질적인 말투와 날이 선 반응 자체가 타인과의 균형 있는 소통이 어려운 그 사람의 상태에 대한 신호였기 때문이다.


물론 자주 만나야 할 대상이라면 이제는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향해 예의는 갖추되, `상호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드러운 단호으로 전한다.


더불어 피하고 싶은 불편한 주제라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있거나 배려한 느낌이 드는 상대방의 조심스러운 말들은 진심 어린 조언으로 느껴져 더없이 고마워진다.




간이 흘러 갈수록

웃음과 유모를 곁들인,

늘 변함없는 에티켓을 닌,

헤어진 뒤 그 시간들이 흐뭇해지는,

언제 만나도 보이지 않는 품격이 묻어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진다.


그럼에도 어느 날

`old& wise` 가사처럼 쓰디쓴 말이나 날이 선 자극 와도

그 상황과 나를 분리시켜 여유롭게 넘길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나이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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