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능성을 높이 사주는 상대가 이상형입니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제품도 다 각자의 짝이 있다.
<사람의 경우>
단지 내 눈에 좋아 보인다고 해서, 혹은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게 내 짝이 될 수는 없다. 진정한 짝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그쪽에서도 나를 진심으로 알아보고 좋아해 주어야 하고, 서로의 진짜 모습에 끌려야 한다. 내가 상대방의 이상형이어야 하고, 그 사람도 나의 이상형이어야 비로소 '짝'이 되는 것이다.
이상형이란 것이 현 시점에서의 어떤 서로를 향한 완결성을 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 당장은 나에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또 내가 바라는 어떤 상("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어요")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진짜 모습을 이해하고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영화 보는 것도 되게 재미있네요?"), 그 사람이 진정으로 나와 맞는 짝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나의 진짜 이상형은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좋은 작품은 흥미가 있으니 당신이 좋다면 함께 영화를 많이 보아요")
그래서 나와의 즐거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반대로 그런 나를 잘 알아봐 주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선 어서 떠나야 한다.
당신의 모험심을 위험 인자로만 인식하는 사람들, 당신의 꼼꼼함을 답답함이라고만 치부하는 사람들, 당신의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미련 없이 떠나서 그것들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이것은 상대방과 맞추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좋은 Pool(나를 잘 알아봐 줄 수 있는)을 찾고 나서, 거기 해당하는 사람들 중에서 최선의 짝을 찾아내고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효용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것은 제품에 맞는 고객을 찾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B2B의 경우)
<제품과 고객의 경우>
1분만에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신소재옷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떤 고객에게 찾아가 이것을 보여주자 그 고객은 물어봤다. "이제 곧 1분 만에 몸을 차갑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가능하겠죠?" '엇, 우리가 만들려던건 1분 이 아니라 1초 만에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패딩이었는데..."
좋은 제품은 사실 그걸 좋아할 고객을 만나면서 좋은 제품이 될수 있다. 핏을 찾는 과정은 물론 필요하지만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순 없기에 만족시킬 고객군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1초라니 놀랍군요! 당장 예약할게요!")
현 시점 뭣도 없는 나를 보면서 "이 사람 지금 직장도 없고, 모아둔 재산도 없네?"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엄청 성실하고 똑똑하고 목표한 바를 하나씩 다 이루면서 달려온 사람이네! 앞으로 더 멋진 사람이 되겠다!"라고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 제품이 아직 한계점이 있긴 하지만, 방향성이 좋고 빠르게 우리가 바라는 대로 발전할 것 같다"라고 믿어주는 고객이 있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우리의 비전과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 과정에 동참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만나야 할 '이상형'이다.
이런 고객들을 우리는 ICP (Ideal Customer Profile)라 부른다.
이들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아내고, 찾아내서 만나고, 정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과의 이로운 밀.당.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을 만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따른다. 우리도 그러했다. 보편적 기준으로 괜찮아 보이는 고객사를 만나고, 그래서 좋은 파트너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상대방은 우리가 가려는 방향성보다는 현시점 자신들의 불편함만 해소되기 바랐는데, 그 해소되고자 하는 방향성이 우리의 철학과 너무 달랐던 것이다.
당연히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엔 시장도, 고객도, 그들의 문제도 너무나 많기에, 모든 것을 우리가 다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집중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우리가 풀어나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때, 그것에 만족하고 WOW하는 고객을 찾는 과정이 ICP에 맞는 고객을 만나 PMF(Product Market Fit)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서 여러 실패와 성공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 또한 연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 일단 소개팅(미팅)을 많이 해야 한다.
초기엔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르고, 세상에 어떤 여자/남자/고객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걸 잘 알기 위한 여러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단 엄청나게 만나고 보는 것이다. (필자도 이를 위해 소개팅을 100번은 해본 것 같다. 아직 고객사는 100개는 못 만나 본 것 같아서 반성해야겠다...)
2. 남의 말만 듣고 덥석 좋다고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세상에 수많은 연인들의 조합이 있듯이, 남들이 좋다는 사람이 나도 좋을 수 없고, 그들이 나를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도 모른다. 내 이상형은 내가 직접 만나 보고 판단해야 하며, 내 고객도 내가 직접 경험하고 알아가야 한다.
3. 내가 어떤 사람(제품)인지 알고, 그래서 어떤 사람(고객)을 만나야 하는지 고민한다.
여기도 지피지기가 먼저다. 일단 나의 가치관, 방향성, 현시점에서의 부족함과 앞으로의 성장성 등을 스스로 메타인지 해야 한다. 나를 좋아해 줄 상대를 찾는 과정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당신의 뾰족한 장점에 감동할 상대를 찾는다.
이런 지난한 과정 끝에,
나를 높이 평가해 주고 나와 함께하는 미래를 같이 그려갈 좋은 짝을 만나 연애를 이어 갈 때의 행복감처럼,
제품도 짚신마냥 제 짝의 고객을 만나 좋은 의미로 치열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할 때의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