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날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마지막 순간이
푸르른 녹음 속이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한 날.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묻겠지.
- 어떻게 지냈어?
잔잔한 미소와 함께
그러면 난 또 대답할 거야
- 당연하지
일부러 더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이런 게 이제 다 무슨 의미일까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상상하고 판단하고 만들어 낸
허상의 이미지를 좇다가
나도 모르게 또 나를 굶기고 있었다.
혼자만의 고생과 아픔이 아니었음을 기억했으면.
오래간만에 자연에 파묻혀 살게 되었다
문을 열면 아빠와 엄마가 가꾼 텃밭이 펼쳐지고
밤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곳
버스를 타기 위해 20분을 걸어야 하고
커피 한 잔 살 곳이 없어 원두를 직접 갈아야 하는
수고로움으로 가득한 강릉집
지루하고 잔잔하고 별 거 없는 일상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 덕분에 무기력에서 벗어나
삶을 되찾아 가고 있다.
내게 필요했던 건 화려한 레스토랑도
새로 생겨난 카페도,
시끌벅적한 술집도 아니었구나 싶어
신기하면서도 어쩐지 후련했던 날.
착실한 일상이 모여 성취감이 되고
그렇게 모은 성취감을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그 선순환을 너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니
소음과 소리 그 경계의 음을 내는 다양한 기계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불빛,
저벅저벅 쉬지 않고 들리는 발걸음 소리.
잠들지 않는 대학병원에서 만난 새벽 3시 30분
금주 10일 차.
이야기 한 조각을 안주 삼아
술 한 모금 마시는 시간을 몹시 사랑하지만,
너무 자주 취해 있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순간은 언제 어느 때 찾아올지 모르니-
맨 정신으로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