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날들
빠져드는 것은 참으로 쉽고
헤어 나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나쁜 습관, 사람,
짧은 순간 스치고 가는 만족과 쾌락 같은 것들
이런 걸 중독이라 하는 거겠지
꽃이 떠난 자리를 푸르른 녹음이 채운다
하늘을 볼 시간은 훨씬 많아졌는데
어쩐지 나는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이 넓은 하늘 아래 혼자인 것만 같아서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생각이 나를 뒤흔들어서
묵묵히 땅만 보고 걸었다
그 아이는 언제나처럼 내 앞에 앉아 있었지만
나는 벽 혹은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언제나처럼 집에 바래다주었지만
나는 혼자 가는 것처럼 쓸쓸했다
마음의 방향이 다르다는 건 슬픈 거였다.
가치있다 여기는 것에 솔직해지기
한 가지에 푹 빠져 열흘을 보냈다
입맛도 없었고 배고픈 줄도 몰랐다
일주일쯤 되었을 때 정신이 조금 돌아오더니
삶의 밸런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뭐든 질릴 때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는 경험이었다
수면 아래,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저 깊은 곳에 다녀온 적이 있다.
네모난 기계 속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인형처럼
누군가 나를 확 끌어 올려주길 바랐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더 당연한 인형 뽑기답게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그건 마치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았고
어느 한 사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스스로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후 주변 사람들의 깊이에 몹시 예민해졌다.
애초에 구원 같은 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저 한 계단만 더 올라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싶었다.
그러니까,
자꾸 바닥이 가깝다 느껴진다면 나에게 말해줘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
탐나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아니 근데 그 안에 오미크론은 없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