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훈이 Jul 05. 2022

우리가 생각하는 새로운 것은, 정말 새로운 것일까?

성장을 위한 미디어 디퍼와 망원동 페스토 페스토


익숙한 사람을 만나고 익숙한 음식을 먹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루틴에 적응한 지 6개월쯤 되니 변화가 간절했다.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 말고, 돈을 써야 유지되는 단골 가게 말고, 인생을 뒤흔들 영감까진 아니더라도 생각의 전환을 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디퍼 오프라인 클래스"


differ는 가구 회사 데스커에서 만든 디지털 매거진이다. "도전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워크 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는 미션에 따라 성장을 위한 답을 수집한다는 콘셉트를 세우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인사이트가 가득한 인터뷰와 누군가의 소중한 노하우,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은 브랜드 소개 등 콘텐츠의 주제는 다양한데, 툴키트라는 장치를 통해 아티클에 대한 생각을 로 확장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건 내가 클래스를 다녀온 후 개별적으로 알아본 내용이고, 클래스 참여자를 모집할 때만 해도 디퍼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었다. 그저 클래스를 맡은 연사가 평소 궁금했던 가게의 사장님이셨고, 오래간만에 약속 없는 주말이라 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그렇게 술에 빠진 불금 대신 새로운 금요일이 시작되었다.



클래스는 신사동에 있는 데스커 시그니처 스토어에서 진행되었다. 가구 판매와는 별개로 마련된 공간이고 10명을 수용하기  알맞은 깔끔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간만의 오프라인 행사인 데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분위기는 금방 풀어졌다.  그러하듯 형식 없는 자기소개를 했고 어떻게 이번 클래스를 알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아이스 브레이킹 후에는 사장님이 준비해 오신 각종 페스토를 맛보며 감각을 일깨웠다. 흔히 페스토하면 바질을 많이 떠올릴텐데, 바질은 기본이고 명이나물, , 깻순, 완두&아스파라거스, 표고  다양한 변주가 돋보였다. 10 정도 되는 페스토를 맛보며 테이스팅 노트를 적고 이를 사람들과 돌려 았는데, 같은 소스를 두고 서로 다른 느낌을 받은 것과 같은 맛이라도 각자의 표현법이 달라 흥미로웠다.


 날의 하이라이트는 플레이팅! differs card라는 질문 카드를  장씩 뽑은 다음, 그에 대한 답변을 플레이트에 담아내는 거였다. 식재료는 페스토 페스토의 페스토들과 맛있기로 소문난 빵집의 , 과일과 치즈, 채소, 각종 소스가 준비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조합"이라는 클래스 주제에 맞게 자유롭게 섞어 보는  관건이었다. ( 섞어도 맛있을  있도록 만들었다며 페스토 대장님께서 용기를 북돋워주셨다)


내가 뽑은 주제는 "기억에 남는 휴가", 퇴사   달간 미국을 여행한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의 재료로 접시를 채웠다. 널찍한 깜빠뉴 위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후무스텍스쳐를 닮은 완두&아스파라거스 페스토를 발랐다. 그리고  위에 루꼴라, 래디쉬, 잘게 찢은 , 사워크림과 치폴레 소스를 올린 다음 깻잎 페스토로 마무리한 오픈 샌드위치. 사이드  후식도 있으면 좋을  같아 살구에 그릭요거트를 채우고 하나는 페스토, 하나는 무화과 발사믹을 뿌린 다음 딜로 장식해주었다.


평소 좋아하는 재료들이 늘어져 있으니 만드는 재미가 있었는데, 완성된 접시를 보고 나는 조금 씁쓸했다. 그럴듯한 스토리를 입힌 샌드위치였지만, 내가 평소에 만들어 먹는 것과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이미 검증된, 맛있다고 알려진 혹은 어디선가 먹어본 재료들의 조합 같았기 때문이다.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한계를 다시금 마주한 느낌이었다.


돌아가면서 플레이트에 담긴 사연을 듣고 로제 와인으로 잔을 부딪히며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는 와중에도 나는 나를 사로잡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요즘 '내 결과물들은 왜 이렇게 뻔한 것 같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쌓아 올린 샌드위치에서 마저 나의 감정이 드러나다니. 숨기지 못하는 미숙함이 우스우면서도 속상했다. 그 와중에도 샌드위치는 너무 맛있어서 신나는 마음 반, 어이없는 마음 반으로 클래스를 마무리 짓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대표님께서 질문 하나를 던지셨다.


우리가 생각하는 새로운 것은,
정말 새로운 것일까요?


 질문은 잔잔한 나의 일상에  괜찮은 파문을 일으켰다. 클래스 종료 후에도 며칠을 생각했고,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다"라는 답을 내렸다. 그리고 이는 뒤죽박죽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틀을 깨는 게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하나하나 서로 다른 맛을 뽐내던 페스토처럼 모두가 바질일 필요 없고 깻순이든 완두콩이든 자기 매력을 살리면 되는 건데, "검증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안정감이 그렇게 탐이나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이려 했다. 그게 내게 맞는 틀이든, 맞지 않는 틀이든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을 갈아 넣고 뒤섞여봐도 결과물은 항상 기존과 비슷하고 스스로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틀 밖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틀 안에서 뻔한 것을 찍어내는 것. 두 가지 선택지 밖에 모르던 내게 이번 클래스, 정확히 말하면 대표님의 마지막 질문은 "변주"의 개념을 떠올리게 해줬다.


익숙한 것들의 결합이 늘 새로운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만 만족한다면, '예상치 못한 조합'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무언가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다. 그래서 우선은 새로운 것보다 기존의 것을 발견하는데 집중해보려 한다. 아직 수면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과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것들을 조합하다 보면 나다움과 새로움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말은 못 했지만 요즘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갈증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이번 클래스를 계기로 한결 가벼워졌다. 이래서 새로운 자극은 중요하다:-)





◆ 성장을 위한 답을 수집하는 미디어 differ

: https://www.differ.co.kr/

: https://www.instagram.com/differ.official/:


◆ 친숙한 재료가 내는 이국적인 맛, 페스토 페스토

: https://www.instagram.com/pesto_pesto_/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와인 아카데미를 등록하게 된 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