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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트연구소 Oct 22. 2023

나의 변화된 식물 철학

살식마로 놀림받던 시절의 나의 식물 철학과,

현재 나의 식물 철학은 정 반대가 되었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말이다.





무관심 시절


'식물에게 관심을 주는 마음 =  물을 자주 주고 싶어 하는 것'으로 단정 지어 생각했던 나는,

끝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식물이 목말라 죽기 직전 드러누워버린 상태가  되어서야 식물에게 '관심(=물 주기)'이란걸 주었다.

마치 오늘 물을 주지 않는다면 당장 내일 말라죽어버릴 수 도 있을 상태에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식물에게 필요한 것이 단지 물뿐이 아니었을 텐데도 말이다.



엄마가 사주신 스파티필름은 나의 혹독한 생육 환경 속에서도 나의 곁을 꿋꿋이 긴 시간 동안 지켜줬지만,

무관심이 지나쳤던 걸까.

결국에는 잎 끝이 마르고 정체 모를 벌레가 생긴 이후에야 큰일이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식물마다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요소(흙, 온도, 습도, 햇살의 양)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오로지 나는 과습에만 신경을 썼던 것이다.

물을 많이 줘버려서 과습때문에 식물을 죽인 친구에게도 나는, "거의 말라죽기 직전까지 물 안 주니까 잘 살던데? 식물은 스파르타로 키워야 해" 라며 자신 있게 외쳤단 말이다.





관심으로 변화


현재 나의 식물 철학은 완전히 변화되었다.

관심은 식물을 지킬 수 있다.



플랜트랩 설립 후부터 나는 달라진 식물 철학으로 초록이들을 정성껏 돌봐주려 노력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그리고 저녁 퇴근 후, 식물타워 앞으로 가 하나하나 상태를 살펴봐주며

혹시 이상한 몬스터들이 내 식물에게 붙어 괴롭히고 있는지는 않은지, 물이 너무 마르진 않았는지, 물을 줬는데 밤기온이 낮아 흙이 너무 차가운 느낌은 아닌지 등등

내가 보살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초록이들을 돌본다.




어느 날 출근 전, 한 번도 본 적 없던 솜 같은 벌레가 내가 정말 아끼는 옐로우고스트 잎 위에서 신나게 썰매 타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벌레에 너무 놀라 벌레 잡기는 놓쳤지만, 긴급 처방으로 집에 있는 벌레약을 쳐주고 출근했다.


완전 초기에 발견해서인지, 약을 한번 친 이후로 그 솜 같던 벌레는 더 이상 내 옐로우고스트 위를 뛰어다니지 않았다.

참 다행이었다.



내가 만약 예전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지냈더라면, 벌레는 내 옐로우고스트를 공격하고 번식하며 결국에는 화분을 완전히 정복해 버렸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오싹했다. 관심을 가져줄수록 식물들이 지금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빨리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 관찰이 식물 건강의 베이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엄마의 베란다 정원 식물들은 항상 웃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건지 이제는 알 수 있다.


엄마는 스스로 식물 키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셨지만, 오랜만에 엄마집에 갈 때마다 두 눈을 반짝이시며 나에게 식물 근황도 소개해주셨고,

엄마의 베란다 정원에서 우리가 도란도란 식물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관심과 사랑으로 식물들을 돌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플랜트 랩 연구대상들도 이제는 항상 웃을 수 있도록 관심을 듬뿍 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현재의 삶을 사랑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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