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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트연구소 Oct 20. 2023

분갈이 탐구 영역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초보 식집사님을 위해

식집사 경력은 몇 년 되었지만, 분갈이 영역은 꽃집 선생님들의 손을 통해서만 도움을 받고 있었다.

화분 선정. 흙의 선정. 심는 높이. 물 주기. 등등 고려할 게 꽤 많았던 분갈이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긴 시간 함께한 나의 소중한 식물이 분갈이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내 손에서 일어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분갈이를 맡길 때에는 분갈이가 가능한 지부터 꽃집에 미리 확인해야 했었다.

집 근처 꽃집 중 여러 군데 문의했으나 겨우 한 곳 가능한 곳을 찾은 만큼, 분갈이는 꽃집 선생님들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래된 화분에서 뿌리를 꺼내었을 때 상태가 어떤지는 화분을 엎어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분갈이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초보 식집사인 내가 직접 분갈이를 거치며 느낀 점은,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분갈이라는 것이다. 식물을 사랑하는 집사라면 충분히 분갈이를 잘 해낼 수 있다.

플랜트 랩에서 모든 식물의 분갈이를 거치며 경험한 나만의 팁을 소개하며 나만의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처럼 분갈이를 무서워하는 초보 식집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 그리고 초보 식집사 분갈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과습 방지'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자.

"제가 분갈이를 진짜 할 수 있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1. 심어진 첫 흙에 힌트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분갈이의 기본은 처음 식물을 데려올 때 식물이 심어진 흙의 특징 파악이다.

화원에서 식물을 데려왔다면 아마 얇은 플라스틱 화분에 식물이 담겨있을 확률이 높다.

그 안의 흙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 식물의 종류마다 다른 종류의 흙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화원에서 구매한 식물은 당연히 건강한 상태로 진열되어 있었을 것이고, 담긴 흙은 아마도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선정된 흙일 것이다.

로즈마리는 점도가 별로 없는, 모래 같은 흙에 담겨 있었는데, 처음에 로즈마리 흙을 보고는 영양분 하나 없는 안 좋은 흙을 넣어놨네...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로즈마리는 척박한 흙에서 살아남는 식물로 축축한 흙을 썼다면 과습으로 문제가 생기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배수가 정말 중요한 아이였기 때문에 그런 흙에 심어놓았을 확률이 크다.

2. 흙 선택 : 과습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다공성 점토 흙(세라미스)을 구매하자.

흙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비슷한 성질의 흙으로 구해 심어준다고 해도, 통기가 쉽지 않은 실내 환경에서는 과습관리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과습관리가 식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흙의 선정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흙을 발견했다. 바로 세라미스.



입자 자체가 크고 가벼운 덕에 뿌리내리기에 탁월하고 물 빠짐이 좋으면서도 보습력이 좋다는 제품 설명에 홀린 듯이 주문해 버렸다.

흙이 오자마자 분갈이를 기다리고 있던 화분 몇 개에 사용해 봤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흙을 만나고 습한 장마철에도 과습과는 거의 이별한 상태라 주변에 널리 널리 추천하고 다니는 중이다.

독일에서 수입한 제품이라 가격대는 높은 편이지만, 사랑하는 식물들을 건강하게 관리해 줄 수 있다면 난 얼마든 지갑을 열기로 했다.


위에 설명한 로즈마리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배수가 중요한 친구에게는 세라미스의 비율을 높여 배합하면 좋고,

어느 정도 촉촉한 흙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토나 목적에 맞는 배양토에 세라미스를 조금 혼합해 배수성을 높이면서도 보습성을 지켜줄 수 있다.




3. 화분 선택 : 과습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구멍이 많은 화분을 선택하자.

화원에서 데려온 화분이라면 얇은 플라스틱 소재에 아래 큰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물 빠짐이 좋은 형태겠지만, 꽃집에서 구매했거나 선물 받은 식물이라면 아마 묵직한 돌 같은 소재의 화분일 확률이 높다.

묵직한 돌 같은 화분(대부분 세라믹 화분)은 보기에 예쁘지만 과습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과습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과감하게 플라스틱 화분을 선택하도록 하자. 그중에서도 슬릿분(옆에까지 구멍이 나있다)을 선택하면 베스트다.


처음에 나도 집에 있는 모든 화분이 세라믹 화분이었다. 플라스틱 화분은 왠지 모르게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아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숨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플라스틱 슬릿분을 보고는 내 식물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것이 답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슬릿분을 여러 개 주문했다.

결과는 대성공.

아래뿐 아니라 옆까지 구멍이 뚫려있어 통기가 너무 잘됐고, 화분에 물이 마르는 속도도 생각보다 빨라서 과습 될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4. 분갈이 도중 뿌리가 뜯겨나가도 울지 말자.

분갈이를 하려고 화분을 엎고, 오래된 흙과 엉겨 붙은 뿌리를 정리하다 보면 약한 뿌리들이 심심찮게 뜯겨나가게 된다.

오래된 흙들은 털어내고, 새로운 깨끗한 흙에 심어주는 것이 분갈이의 목적이기도 한 만큼 과격하진 않지만 열심히 오래된 흙을 털어주자.

이때 뿌리가 뜯겨나가도 울지 말자. 우리의 식물을 믿고 분갈이 이후 몸살이 있더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다면 결국 살아나게 된다.

생명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분갈이 유튜브를 찾아보면, 일부러 오래된 뿌리들은 과감하게 가위로 잘라주는 분들도 계신다. 오래된 뿌리들은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새로운 뿌리들이 생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같아 보였다.

아직까지 나도 그만큼의 레벨은 되지 못했지만 우리가 열심히 분갈이 해준 보답으로 열심히 자라줄 테니 무서워 말자.





5. 분갈이 전후 관리에서 중요한 포인트

분갈이 전후 관리 중 이것만은 지키면 좋겠다 싶은 것은 3가지이다.

1) 분갈이 전, 물 주기 직전 정도의 건조한 상태쯤에 분갈이를 해주자.  

아무래도 분갈이 전에 흙이 축축한 상태라면 분갈이 과정 중 흙을 털어줄 때 흙이 뿌리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아 뿌리가 많이 상할 수 있다.

툴툴 털어내면서 오래된 흙이 잘 털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건조하게 관리해 주자.



2) 분갈이 후, 물을 듬뿍 주자.

분갈이 전까지 물을 주지 않았으므로 뿌리도 물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고, 새로운 흙에 적응할 수 있게 물을 흠뻑 주도록 하자.



3) 물을 주고 나서 새로운 화분에 뿌리가 적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기 위해 2일 정도는 직사광선은 피해주자.


분갈이 후 직사광선을 받게 한다면, 왕성한 광합성 활동으로 잎으로 에너지가 모두 이동한다.

광합성 활동은 뿌리 적응 기간 이후로 미뤄 주어도 충분하다.  

칼라디움 스플래쉬 오브 와인 새싹 깨알 자랑

  



아직은 초보 식집사에, 갓 살식마 이름표를 뗀 걸음마를 걷는 수준이지만,

분갈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초보 식집사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만한 나만의 팁들이었다.

앞으로 중급 식집사로 성장한다면 더욱더 많은 팁들을 방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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