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랩이 우리 집 안에 등장한 지는 두 달 정도 지났다.
식물에겐 환기와 빛이 중요하단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환기와 빛을 싫어했던 탓일까...
새로 들여오는 식물들은 거의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고.
동생에게 매번 '살식마'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꿋꿋이 새로운 식물을 들이곤 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나에게 시들한 식물들은 베란다로 가져다 놓길 권했지만, 무슨 오기였던 건지,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남편이 완전히 옳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왜 그토록 오기를 부렸던 걸까.
1. 환기할 때 미세먼지가 집 안에 들어오는 게 무척 싫었고 (그 대신 식물한테는 선풍기 바람을 한 번씩 쐬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함)
2. 내 식물들은 햇빛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결국 사달이 났다.
입사 기념으로 엄마가 선물해 주셨던 오랜 기간 함께한 스파티필름에 정체 모를 벌레가 생긴 것이다.
벌레가 생긴 이후부터는 스파티필름의 잎은 끝이 마르고 형태가 이상해지며 한눈에 봐도 건강을 잃은 모습이었다.
웬만한 벌레는 다 잡아준다는 약을 치고, 잎사귀에도 물 샤워를 열심히 시켜줬지만 먼지 같은 작은 벌레들은 보란 듯이 화분 받침대에 다글다글 기어 다니며 나를 화나게 했고.
뭐가 됐든 이 화분을 다 엎어서 속을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화분을 엎어보니 뿌리까지도 작은 벌레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였고, 긴 시간 함께 했던 연수 대비 빈약하고 힘없는 작은 뿌리가 나를 슬프게 했다.
나의 첫 식물인 스파티필름에게 너무 미안했던 순간이었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유튜브, 책, 블로그를 뒤져가며 식집사 선배님들의 경험과 자료들로 식물 육성 방법을 공부했고
그렇게 찾아낸 결론.
바람과 햇빛을 싫어하는 식물은 없다는 것.
환기와 햇빛 모두 별 다섯 개를 줘도 모자랄 만큼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일단 통기와 충분한 광합성이 가능하도록 식물들을 베란다로 옮기기로 했고.
식물을 놓을 식물 타워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어디서 본건 아니고 그냥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나와 같은 제품으로 식물 타워를 만든 식집사님들이 많았다.)
집에 여유 공간이 많다면 식물들을 촤르르륵 바닥에 깔아놓아도 괜찮았겠지만, 작은 공간을 활용하기에는 수평 배열보다는 수직 배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자취할 때부터 쓰다가 버리기 아까워 신혼집에까지 들고 왔던 이케아 국민 선반 위에 식물들을 층층이 올려주기로 했고,
그렇게 식물 타워는 나의 식물 연구소.
플랜트 랩이 되었다.
/
사실 '플랜트 랩'은 회사 동기 언니가 붙여줬다.
하얀색 선반 위에 가지런히 정돈된 식물들을 보고 식물 실험실 같다고 해줬다.
그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