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忌日)> 강성은
버려야 할 물건이 많다
집 앞은 이미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리고 나면 보낼 수 있다
죽지않았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
한밤중 누군가 버리고 갔다
한밤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창 밖 가로등 아래
밤새 부스럭거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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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은 죽은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한 날입니다.
그렇지만 화자는 죽은 사람을 잊고 싶습니다.
때문에 죽은 사람의 물건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보면 다시금 죽은 사람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죽는 사람을 잊는 다는 행위 자체는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버리고 갔는데, 한밤중 누군가 다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밤새도록 부스럭거리면서 찾고 있습니다.
슬픔과 미안함과 원망이 뒤섞인 채 말입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는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평생이 가도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인간이기에 가능한 건지도 모릅니다.
인상 깊은 구절 - 나를 내다 버리고 오는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