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의 일이다. 강의가 끝나고 나니 청중 중 여성 한 명이 다가와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그래서 무엇이 감사하냐고 물었더니, 지난번에 내 강의를 듣고 용기를 내어 다시 복직을 했는데, 오늘 일부러 그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아니 나는 자녀교육, 특히 진로에 대해서 강의를 하는 사람인데 왜 학부모에게 이런 인사를 듣게 되는가? 그분은 그날 내 강의 중에 아래와 같은 대목을 듣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부모들은 자꾸 자신의 삶과 자녀의 삶을 혼동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어린 시기 자녀를 위한 부모의 초인적 육아활동은 아이들을 온전하게 발달시키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춘기가 지나면서 커가는 아이들은 자신에게만 매달리는 부모에게서 되려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린, 우리의 인생과 아이들의 인생을 혼동하기 때문에 사춘기 아이들에게 엄청 부담을 주는, 아이들은 결코 듣기를 원하지 않는 난감한 말들을 하게 됩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아이들은 되려 커가면서 엄마, 아빠가 즐거워하는 모습, 즉 웃는 모습에 힘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아이 키우느라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 뒤로 미뤄놓았을 텐데, 오늘 내 강의를 듣고 또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영어 배워라, SW 배워라 조언하기 전에 본인들이 직접 뭔가를 배워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제는 여러분 스스로가 즐거운 일들을 많이 하세요. 그래야 아이들도 부모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올바로 크게 됩니다. 부모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겁고, 부모가 웃어야 아이들도 웃습니다.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되 올인하지는 마세요."
물론, 이 말은 반드시 취업전선으로 나가라는 말이 아니다. 그게 경제활동이 되었든, 취미활동이 되었든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렇게 자녀교육에 열심인 것도, 어찌 보면 잃어버린 나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더 몰입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