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쓰는 표현으로 "비행기 후진 기능 같은 생각"이란 말이 있다. 비행기는 일반적으로 후진을 못한다. 하늘을 나는 최첨단의 장비에 지상에서 후진하는 기능을 만들지 못해서 없는 게 아니다. 후진 기능이 있다고 했을 때 그 기능 대비 비용이 효율적이지 않거나, 안전상의 손실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이다.
업무나 사업 기획안을 보면 마치 그동안 이런 게 안되어 온 게 신기하다는 투의 안을 만들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생각의 깊이가 부족한 "비행기 후진 기능 같은 생각"인 경우가 많다. 자문회의 같은데 가보면 꼭 오래 생각해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한 생각을 마치 큰 것 발견한 것처럼 목소릴 높여 시간만 잡아먹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비행기 후진 기능 같은 생각"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대박 터질 것처럼 쉽게 이야기하는데, 왜 그동안 그 기능이 없었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비행기 후진 기능 같은 생각"인 경우가 많다.
교육 쪽에서도 자신이 나름 오래 교육에 종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 독특한 철학들은 식사자리에서의 담소로 대부분 산화되기에 다른 사람에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을 가진 자가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고위 관료나 교육감, 국회의원, 기관장 등이 되면 그 '독특한' 철학을 현장에 정책으로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비행기 후진 기능 같은 생각"에 의한 정책인 경우가 많다. 이런 정책들은 그 사람 임기가 끝나거나 다른 사람이 선출되면 바로 없어지게 되는 허망한 사업들이다. 후임으로 새로 선출되거나 임명된 사람도 역시 자기만의 철학이 강하다면, 나중에 사용하지도 않을 새로운 후진 기능을 만들기 위해 현장은 또 고생하게 되어 정작 꾸준히 해야 할 기본적인 일들이 방해를 받게 된다. 항상 뭔가는 열심히 하지만 발전은 더딘 현상이 되풀이된다.
나도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다시 한번 체크한다. 이거 혹시 "비행기 후진 기능 같은 생각인가?"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