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저 "영어, 조선을 깨우다"라는 책에 보면 우리나라 외국어 교육의 전통이 어땠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 세종 때 사역원 도제조로 있던 신개 등이 상소를 올린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어찌나 지금과 상황이 비슷한지 놀랄 정도다. 상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말을 10년 이상 배웠어도 중국에 두어 달 다녀온 사람만큼도 못하는 것이, 중국어를 배운다지만 일상에서 우리말만을 사용하기 때문이기에 중국어를 배우는 자는 일상에서 중국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 제안을 조정은 받아들여 그 뒤로 사역원에서는 중국어는 물론 몽골어, 왜어, 여진어 등의 외국어는 몰입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런 외국어 교육 전통은 계속 이어져 뒤에 영어가 한국에 들어오고 영어교육을 담당했던 공교육의 육영공원과 선교사들 중심으로 세워진 사립학교에서도 수업 자체를 영어로 하는 몰입교육의 전통은 이어졌다.
그러나, 을사늑약 이후 일본인들에 의한 영어교육은 말하는 능력은 완전히 무시한 글 중심으로 바뀌었고, 그저 눈으로 읽고 쓰고 점수만 잘 받는 교육으로 바뀌었으며, 한일합방 이후에는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그마저의 영어 교육도 대폭 축소되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가 우리 나라가 주권국가임을 알리는 독립운동을 하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사교육 중 가장 번창한 교육이 영어교육이다. 일제 시대 영어교육을 단절하지 못한 우리 영어교육의 실패가 가져다준 산물이지, 공교육이 잘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애써 돈 주고 영어 학원을 보낸 것이 아니다. 모 시민단체와 일부 진영에서는 아직도 애들은 영어 그렇게 할 필요 없다, 어려서 할 필요 없다, 쓸 사람만 배워야 한다 등 어쩜 그리 일제가 했던 말과 같은 말을 하는지.. 이런 역사를 알기나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