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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Feb 23. 2022

개인 도구 관리 실패기

나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발생했던 실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도보로 무려 20분이 소요되었고 나는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내내 유혹에 시달렸다. 

‘택시를 타는 게 어때?’ 

내면에서 게으른 아이가 소리쳤다. 무사히 그 유혹을 이기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때마침 버스 안내판을 보니 타야 할 버스가 곧 도착한다고 떠있었다. 타이밍이 잘 맞아서 들뜬 마음으로 버스 카드를 찾는데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등에서 식은땀이 주룩주룩 나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카드를 지갑에 넣어 다니지 않고 보통 가방이나 자주 입는 겉옷에 보관했는데 하필 그날은 단아한 옷차림에 맞춰서 오랜만에 가방을 바꿔 들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눈치챘다. 머리가 하얘졌고 시간을 보니 얼른 집으로 달려야 했다. 카드를 챙기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였고 콜택시를 불렀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기사님을 재촉했다.

"기사님 죄송한데 빨리 가주시면 안 돼요? 저 회사에 지각할 것 같아요."

나는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노심초사하며 초긴장 상태로 있었고 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또 한 가지 더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나는 양치를 할 때 화장실에 가만히 서서 양치를 하지 못한다.

안방 문을 나와 강아지와 눈 맞추기도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기도 한다. 입 밖으로 양칫물이 샐 때쯤 돼서야 그 사실을 인지하고 주방으로 달려가 입을 헹궜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이 아닌 주방 건조대에 칫솔을 두었다. 다음번에 양치를 하려고 할 때 내 칫솔의 자리는 늘 휑했고 원치 않는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문제는 물건을 뒤죽박죽 놓는 나의 행동들 때문에 칫솔뿐 아니라, 강아지 똥주머니, 회사 서류, 안경 등 내가 늘 필요로 하는 물건들 모두 숨바꼭질 대상이었다.  나는 내가 찾는 물건이 집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고 물건을 찾는데 하루의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나는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물건의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자주 쓰는 물건들의 자리를 정해두기로 했다. 예전에는 버스카드를 찍고 바지 호주머니나 가방에 던져 넣었다면 지금은 버스카드를 찍고 나서도 바로 지갑 속 제자리에 넣어두다 보니 바로 카드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물건을 찾느라 낭비하는 시간도 줄었다. 내가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도구 관리 전략은 물건에 네임 스티커를 다 부착하여 물건에 대한 애착을 높였다.


ADHD를 알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나의 작업들을 파악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많아져서 나 자신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체력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우울을 느끼는 시간도 줄었다. 또 일기를 꾸준히 적기 시작하면서 내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습관을 잡는 데는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할 만큼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소하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자 내 생활은 더 건강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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