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화 Feb 22. 2022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 아파트는 자연 친화적인 아파트이다. 두꺼비도 자주 출몰하고 최근에는 아파트 카페에서 뱀을 보았다는 한 주민의 글이 올라왔다. 너무 신기해서 그 소식을 남편에게 알려주었다.

"오빠 오빠! 아파트 카페에 올라온 글 봤어? 뱀 나왔대!"

오빠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예로부터 왜 뱀이 무서운 존재인지 알아?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야."

나는 그 말을 듣는데 왜 결혼 준비를 하던 시기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기장을 열어 오랜만에 그때의 기억을 꺼내보았고 그 속에는 나에게 닥칠 새로운 변화가 무서워서 불안한 마음을 다 잡으려 했던 마음이 담겨있었다.

결혼이 다가올수록 환상보다는 각오를 다지려고 노력하고 결혼식 이후의 삶을 머릿속으로 설계하려고 노력한다. 인생이 내가 생각한 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원하는 방향대로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러는 것 같다. 결혼은 이전에 생각도 못 해본 싫은 일을 종종 하게 될 수도 있고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본다.


생각했던 대로 결혼 후 예기치 않은 일들은 계속 일어났다. 그 속에 기쁨과 축복도 있었지만 우리는 슬픔도 함께 겪었다. 우리는 결혼식 날 우리를 축하해주러 온 모든 사람 앞에서 맹세했다.

"가족이 되겠다고 결심한 서로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늘 아끼고 배려하겠습니다."

부끄럽게도 이 약속을 항상 지키지는 못했다. 가끔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도 해서 상처를 주기도 했고 오해가 쌓여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느낄 때면 그렇게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이지만 미워하기도 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의심의 눈초리로 물어볼 수도 있다. 

"진짜 그 선택이 최고 맞아? 최선 맞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고이자 최선이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며 살고 싶다. 

"길을 헤맬 때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 선택이 정답지였어."


나에게 치료를 맡기는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보이는 여러 가지 행동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한다.

그럴 때는 아이들이 보이는 감각 신호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드리고 가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을 알려드린다.

그리고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에서 학부모님은 내게 묻다.

"선생님 장애전담 어린이집이 좋을까요?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좋을까요?" 

요즘은 정보화 시대라 이미 각 기관이 가진 특성은 이미 다 파악하신 상태셨다. 또한 결단도 내리셨지만 그 선택에 백 퍼센트 확신이 들지 않아 질문하시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에게 부족한 엄마인 것 같아 자괴감이 들어요. "

나는 이야기하시는 그 마음들을 안다. 조언이 아닌,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순간들이라는 것을. 

아이를 키우는 모든 어머님과 아버님들께 위로를 건네고 싶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주시고 계세요. 선택의 순간이 오더라도 고민은 하시되 어머님과 아버님이 주시는 사랑을, 그 마음을 의심하진 마세요. 최선을 다해 고민하신 거 우리 아이들이 알 거예요."   

 



작가의 이전글 Zones of regulati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