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불안과 강박이 더욱 심해졌고 어느 순간 나의 일상에 깊숙이 침범하기 시작했다. 계획한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다.
주말에 오빠와 야외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예상치 못한 비가 온다거나 가기로 한 음식점이 문을 닫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내 기분은 하루 종일 우울했고 오빠는 그런 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같이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한 거지~ 왜 이렇게 우울해하는 거야?"
나는 짜증을 부리며 대답했다.
"왜 하필이면 오늘 비 오는 거야? 골탕 먹은 기분이야. 누가 꼭 우리 데이트를 일부러 방해하는 것 같아. "
나쁜 쪽으로 생각이 치우기 시작하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렇게 그 날 하루는 먹구름 낀 상태로 떠나보내곤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때 쉽게 좌절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와도 나는 나에게 이야기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괜찮아'
나는 괜찮지 않았고 버거웠다. 모두에게 백점인 사람이고 싶어서 내 마음을 자주 외면했다. 타인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나의 마음을 돌보는 데는 빵점이었다.
상반되게도 나는 신체 건강에 대한 염려가 지나쳤고 불안한 마음에 병원 쇼핑을 자주 했다. 몸의 컨디션이 조금만 나빠진다 싶으면 내 증상들을 인터넷에 검색해보았고 나쁜 상상을 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유명하고 큰 병원들을 찾아가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받아야 불안감이 일부 해소되었다. 때로는 의사 선생님이 내린 진단을 나 스스로 판단했다.
'약 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병원에서 진단만 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타지 않고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를 기다렸지만 축농증이 점차 심해져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가서 솔직하게 선생님께 털어놓았다.
"저 다른 병원에서 축농증 진단받았는데 약은 안 먹었어요."
선생님께서는 내 마음을 읽고 따끔하게 조언을 하셨다.
"왜 우산을 안 쓰고 비를 다 맞고 있나요? 비는 피해야죠. "
삐뚤어진 자기 확신과 왜곡된 생각들로 인해 신체와 정신 건강 모두 잃게 만들었다.
그 때의 내 마음은 Zones of Regulation 중 파란색의 마음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