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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Feb 23. 2022

편두통도 질환이었다니?

오빠는 엔지니어라는 직업 특성상 출장이 잦다. 공장에 일이 생기면 주말이라도 지방으로 출장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오빠의 회사 폰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면 나도 덩달아 긴장을 했다. 지방으로 출장만 가도 슬픈데 오빠가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평화야 놀래지 말고 들어. 나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됐는데 그 일 때문에 태국으로 보름간 출장을 가게 됐어.

나는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고 몇 초간 황당하여있다가 오빠에게 물었다.

"언제 가는데?"

오빠는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했다.

"다.. 다음 주 주말에 가게 됐어."

오빠는 그렇게 출장을 갔고 나는 오빠가 없는 보름이라는 시간이 일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태국 땅에 안전하게 내렸는지, 오빠가 일하다가 다치진 않을까 걱정돼서 매일 밤 불안감에 잠을 설쳤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오빠가 한국에 왔다. 오빠를 만난 것도 기뻤지만 오빠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드디어 잠을 잘 수 있겠다'였다. 

그런데 긴장이 풀려서인지 오빠가 온 날도 잠을 자지 못했고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너무 아팠다.

안과를 갔을 때 내 눈을 검사하신 후 의사 선생님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씀하셨다.

"안구건조증이 있지만 심한 편은 아니에요. 눈이 건조하다 싶을 때 인공눈물을 넣으세요"

나는 인공눈물을 처방받고 집에 와서 아플 때마다 계속 넣었지만 내 눈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픈데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몰라서 답답했다.

'혹시 갑상선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자꾸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치우쳤다. 다음 날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기존에 다니고 있던 병원을 찾아갔고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선생님 저 갑상선 수치가 비정상일까요? 눈이 너무 아파요."    

선생님은 내게 설명했다.

"다행히 갑상선 수치는 정상이에요. 그런데 혹시 편두통 진단받은 적 있나요?"

나는 대답했다.

"편두통이요? 없어요."

선생님은 일단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왔고 두통의 강도가 너무 세서 고통스러웠다. 그 순간 아까 전 선생님과 했던 대화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곧바로 집 앞에 있는 신경과를 방문했다.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소파는 푹신했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 거기에 은은한 조명까지  처음 느끼는 편안한 병원 분위기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몇 가지 검사와 설문지를 작성한 후 신경과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불안장애와 수면장애가 동반되어 편두통이 온 것 같다고 설명해주셨고 두통이 왔을 때 어느 정도 강도였는지, 약을 먹었는지 여부를 물어보셨다.  

난  대답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어요. 그래도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타이레놀 같은 약은 전혀 안 먹고 계속 참았어요."

선생님이 나를 칭찬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놀래며 대답했다.

"두통이 올 때는 강도가 심해지기 전에 증상을 느낀 순간 약을 바로 먹는 게 좋아요. 약을 두 봉지로 나눠서 줄 거예요. 한 가지는 두통이 왔을 때 바로 먹어야 하는 약이에요. 두통의 전조증상을 느꼈다면 바로 드세요. 나머지 한 가지는 수면 및 불안장애를 치료하고 두통을 예방하는 약을 같이 넣어 줄게요."

살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을 겪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만큼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더 소홀하게 생각했고 '이러다 금방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너무 흔해서 질환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고 몸이 계속 신호를 주고 있었는데 뒤늦게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면 나는 소리, 빛, 냄새에 다 민감하다. 특히 주말의 백화점 푸드코트를 갈 수 없다. 시끌벅적한 소리는 내 귀를 울리게 만들고, 다양한 음식 냄새는 내 코를 자극시킨다. 거기에 화려한 조명까지...

결국 내 뇌는 과부하가 걸린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그 장소를 금세 빠져나온다. 신경과를 다녀와서야 내 지난 행동들이 이해가 됐고 엄마가 편두통으로 고생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항상 병을 얻고 나서야 뒤늦게 나를 되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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