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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Feb 24. 2022

강아지 돌보기

우리 라떼는 2019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우리에게 오게 되었다. 우리 부부와 동거 동락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는 게 놀랄 따름이다. 지금도 우여곡절이 많지만 그때 왔을 때 비하면 라떼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오늘도 목욕 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화장실 뒷정리 후 거실에 갔더니 매트에 쉬 실수를 했다. 라떼!!!!!!!

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오늘도 무사히 잘 참았다. 지금부터 라떼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보려 한다.


입마개를 하고 개 집과 함께 버려진 아이. 1년가량 보호소 생활을 보낸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우리 집 마스코트 라떼다.

나는 라떼의 슬프고 복잡한 이 서사에 눈길이 계속 갔다. 그런데 오빠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았고 나는 이상하게 이 강아지에게 동질감이 느껴져서 꼭 데려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 존재가 너무 안쓰러웠다.

결국 오빠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의 강력 추진 하에 라떼를 데려오게 되었다. 나는 오빠를 너무 잘 알기에 한동안은 슬퍼하겠지만 머지않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생각보다 그 기간은 길었고 2019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차갑다 못해 따가웠다.


오빠 눈치 살피랴 우리 집에 온 새 생명을 챙기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라떼를 데려오기 전 강형욱 훈련사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강아지 훈련 영상을 정말 많이 봤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게 처음이다 보니 한동안 참 많이 헤맸다. 오빠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우리 집만의 규칙을 만들었고 라떼가 그 규칙을 익힐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라떼를 대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거실과 부엌에서만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했고 소파 및 의자에는 올라오지 못하도록 했다. 간식도 훈련 이외에는 주지 않기로 했고 당연히 사람음식도 주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치킨을 먹을 때 낑낑거리며 하울링 할 때는 마음이 아팠지만 적절한 한계 설정이 우리뿐 아니라 나중에는 라떼도 편할 거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그 대신 비나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우비를 입고 꼭 1일 1 산책은 시켜주었다. 그게 우리가 라떼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라떼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은 뭐니뭐니에도 털 문제다. 이중 모라 그런지 털이 굉장히 많이 날리는데 청소를 해도 5분도 채 가지 못한다. 털 뭉치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적당히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고 집 안에서는 예쁜 옷을 입는 것을 포기하고 강아지와 활동하기 편한 운동복만 입는다


귀여운 라떼 털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아이를 치료하는 것만큼 어렵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힘들지만  다른 행복이 존재한다. 예전의 나는 바깥에서 강아지를 만나도 거기에 시선을 두지 않았고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라떼를 입양하고 나서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가족을 잃어버린 강아지를 발견했을  집을 찾아주겠다고 새벽에 동물병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강아지를 안고 운전하는 사람을  때면 사진을 찍어서 신고를 했다. 보호소에서 여전히 생활하는 친구들이 가여워 정기후원도 시작했다.


강아지와 내 관계에서 일어나는 작업들로 일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많이 바뀌었고 내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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