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감각통합 치료를 맡기러 오신 어머니들 같은 경우 아이가 놀고만 있는 것 같으니 이게 진짜 치료가 맞는 건가? 라며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다. 아이에게 놀이는 가장 큰 motivation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떼어서도 안된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이 많다. 멀리서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성인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네를 누워서만 타다가 나중에는 여러 가지 자세로 시도해보는 것, 터널을 지나갈 때 서서 지나가다가 천장에 머리가 닿자 몇 차례 반복 후에 기어서 지나가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 울음으로 생떼를 부리다가 방법이 먹히지 않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협상을 시도하는 과정들, 그 모든 순간이 다 도전이다. 이렇게 아이는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수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나아간다. 아이들을 보다 보면 여러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 아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고 협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내가 맡은 아이의 어린이집에 편지를 보냈는데 그 아이를 통해 내가 사회에 한발 더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나를 더 성장시켜주고 나를 더 알아가는 과정도 되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살아갈 넓은 사회에도 눈길이 간다. 내게 오는 어머님들은 보통 아이의 사회성 부분이 많이 좋아지기를 요구하시는데 사실 사회성이라는 건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통해 조금 더 세부적인 어머니의 요구사항을 끌어내려고 한다.
또 문득 드는 생각은 발달에 어려움이 없는 성인들도 타인과 상호작용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요즘 대인관계 대처기술에 관한 책도 정말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직장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도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고 많은 관계들을 맺게 된다. 입사 전에는 사장님과 연봉과 복지 협상을 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고 입사 후에는 동료들과의 관계, 상사와의 관계, 그리고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받는 타 회사와의 관계 및 서비스를 받는 손님 등 셀 수도 없는 어려움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 또한 이런 과정들을 겪고 있고 아이의 상호작용 기술을 고려하기 전에 나부터 가족, 친구, 회사, 스터디 모임 등 내가 소속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이런 상호작용 기술을 더 키우려고 하는 중이다. 치료사인 내가 다양한 전략을 많이 알고 있을수록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더 많아진다고 생각해서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들보다 못한 몸만 큰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뉴스에 나올 법한 일이 얼마 전 우리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주차단속에 대한 항의 목적으로 퇴근시간 무렵 한 입주민이 정문 출입구에 떡하니 주차를 해서 후문으로 이동해야 함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입주민이 자신의 차량에 주차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관리사무소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서 잠금장치를 파손시키고 아파트 보안요원분께 온갖 욕을 퍼붓고 방화 협박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를 포함하여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입주민 분들께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한 행동들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아이, 성인 구별할 것 없이 규칙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그 규칙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 감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