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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Mar 27. 2021

이터널 선샤인 (초고-2)


엄마와 나. 나와 엄마. 우리 둘의 생활은 지극히 단조롭다. 이런 생활에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고 엄마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조그만 변수라도 끼어드는 게 그리 달갑지는 않다. 기분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든다.


“K, 엄마한테 이야기 들었어.”


슬그머니 가게 안으로 들어와 있는 길고양이를 바깥으로 내 놓으며 J에게서 몸을 돌려보지만, 국민학교 단짝이자 가게에서도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있는 그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미안해.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서. 어머니…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거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

“어머니 혼자 집에 계신 거냐고 엄마가 많이 걱정하셨어.”


본격적인 간섭이 시작될 기세에 갓 오븐에서 나온 빵을 들고 진열대로 달아나 버렸다.


“K, 너 혼자 그렇게…”

“삐빅, 삐빅, 삐빅,”


핸드폰에서 날카롭게 울리는 신호음. 화면을 확인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뛰쳐나간다.




엄마를 발견한 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변 둔치였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손을 잡고 종종 산책을 하러 나갔던 곳. 멍한 표정으로 그 곳에 서 있는 그녀를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렸고, 차마 화를 낼 기운도 없어서 어릴 적 그 날들처럼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가지 말라니까… 왜 나갔어?”


엄마가 말없이 내민 것은 작은 꽃송이였다. 그리고 문득 스치는 기억. 절대 집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말하고 나서 미안해진 바람에 엄마랑 꽃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던.


“네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야, 우리 아가.”


울컥, 목 끝까지 차오르는 무언가를 삼키며 얼른 방으로 들어가 화장품이 가득 담긴 파우치를 가지고 나왔다.


“응, 엄마. 우리 같이 꽃구경 가자. 예쁘게 화장하고, 같이 가자.”


눈썹도 그리고, 입술도 바르고. 아이고, 우리 김여사 참 예쁘기도 하세요. 웃으며 화장을 해주자 엄마도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우리 셀카도 찍을까? 카메라를 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무표정해진다. 움직이는 입매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엄마… 촌스러워?”

“응?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촌스럽다니, 왜 그런 말을 해. 되묻는데 깨질 듯이 아파오는 머리. 기억에도 없는 기억이 나를 덮친다. 이건 뭐지? 엄마를 쏘아보며 촌스럽다고 말하는 나의 모습, 높게 묶은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세차게 돌아서서 문을 쾅 닫아버리는 소리에… 눈 앞이 캄캄해지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초고는 차근차근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다음주까지는 초고 완성 및 수정이 진행될 것 같아요.





북크루에서 진행하는 클래스(https://www.bookcrew.net/class/51941)를 함께하고 있고요. 김동식 작가님이 너무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세요. 거의 10년을 넘게 생각만 하고 있던 이야기가 소설로 만들어지니 너무 기쁘고 설레네요. 많이 응원해 주세요!












(C) 2021. 권윤경. BY-NC-ND.

1일 1책 1글을 행하며 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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