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는 원래 우리가 키워보려 했던 채소 목록에는 없었다.
이사를 와보니 밭 한 켠에 잔디처럼 생긴 뭔가가 돋아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게 잡초인가 작물인가도 아리까리 했었다.
다만 싹이 나는 모양새나 구획이 지어져 있는 점으로 봤을 때 누군가 일부러 심어둔 느낌이 들어서 뽑지 않고 지켜보았다.
나중에 키가 커지고 보니 부추였는데
이 부추로 말할 것 같으면 효자 중의 효자 작물이다.
우리가 씨 뿌린 것도 아닌데 잡초 마냥 자르면 또 나고, 자르면 또 나고.
심지어 벌레도 잘 안 먹는다. (가장 큰 장점)
찾아보니 부추는 한 번 심으면 몇 년이고 잘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지만, 봄이 제철이라고.
늦여름(7~8월)에는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이 때는 부추의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윗부분은 죽고 뿌리가 겨울잠에 들어가는데,
화분에 대충 심어두면 봄에 또 다시 돋아나는 엄청난 생존력을 가졌다고 한다.
부추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어 다이어트와 변비에도 효과가 좋고,
피를 맑게 해주는 식재료로도 유명하다.
고열량 음식, 기름진 음식 많이 먹는 나는 회개하는 기분으로 부추무침을 감사히 먹는다.
다듬는게 다소 손이 가고 귀찮긴 하지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법이 많은 게 장점.
텃밭 부추 덕에 우리집 식구 입맛에 딱 맞는 부추무침 레시피를 만들어
이제는 5분만에 호다닥 무쳐먹고
비오는 날이면 종종 전을 부쳐먹는다.
요즘 유행하는 조인성표 부추비빔밥도 향긋한 별미다.
알싸하면서도 독특한 부추만의 향과 맛은 삼키고 나서도 입 안에 맴도는데 그게 맘에 든다.
사실 채소 편식이 심한 나인데, 직접 키우고 요리한 채소는 희한하게 맛있게 느껴진다.
내 손을 거치며 애정이 묻어서 그런가 싶다.
가장 최근에 수확한 부추는 아쉽게도 너무 뜨거운 햇빛에 끄트머리가 많이 탔다.
더 물을 자주 줬어야 했나 싶은데, 맞벌이부부에게는 쉽지 않은 일.
아무튼 손 가는 일 없이 굳세게 자라주는
따봉 부추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