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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Binah Jul 11. 2022

루꼴라 키우기 : 3천원짜리 씨앗으로 부자가 됐다(2)


4월 2일에 처음 씨를 뿌리고

20일 뒤, 4월 24일 루꼴라 근황


아아주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인지 벌레의 공격이 시작됐다.

작은 구멍들이 뽕뽕 뚫리기 시작한 루꼴라.

유기농 농사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파릇파릇 무성해진 아이들


수많은 뿌리들이 존재감을 뽐내며 저요! 저요! 하듯이 위로 솟아나기 시작하자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셨다.

너무 빽빽하게 키우면 안되고 어릴 때 솎아줘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못 자라는 아이들이 생긴다고.


하지만 시간도 체력도 부족했던 맞벌이 부부는 성체가 될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며 솎지 않고 키웠던 것이고

그 결과는...



이렇게 자기주장 강한 루꼴라 밭이 되었다.

빽빽하게 7~8줄 가량을 키웠으니 가정집 루꼴라 치고는 양이 상당히 많아서

더이상 먹는 속도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점이 왔다.


결국 날 잡고 대량 수확을 했고, 늦었지만 솎아줄 요량으로 큰 아이들 위주로 뿌리째 뽑았다.

(*원래는 뿌리를 뽑지 않고 밑둥에서 자르면 새롭게 다시 자란다고 한다.)


양이 너무 많아서 신문지를 크게 펴 그 위에 루꼴라를 쏟아붓고, 

남편과 둘이 마주보고 앉아 루꼴라를 다듬었다.

벌레 먹은 아이와 깨끗한 아이를 분류하고(벌레 먹은 건 우리 몫, 깨끗한 건 선물용),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부분은 떼어내고, 뿌리 끄트머리는 칼로 따주었다.


이게 무슨 우리네 어머니들 시금치 다듬는 것 같은 장면이람.

주말 오후에 남편과 나란히 TV 보며 루꼴라를 다듬고 있으려니,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왠지 정겨운 순간이었다.


루꼴라인가 시금치인가




5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열무에 가까운 크기와 모양이 되었다.

루꼴라가 너무 커지면 질겨지고 맛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그 타이밍이 가까워 온 것 같았다.

뿌리를 뽑아보면 거의 당근 아니야? 싶을 정도로 굵고 긴 뿌리에 놀라기도...


빠른 소진을 위해 며칠에 한 번씩 수확해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다행히 지원자가 꽤 있었고, 다들 너무 좋아하시고 맛있다고 해주셔서 텃밭 가꾸는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6월에 접어들면서는 실제로 맛이 떨어졌음을 체감했다.

씁쓸함이 커지고 고소한 맛이 사라졌다.

아까운 마음을 버리고 남은 루꼴라를 다 뽑아버렸다. 


두 달 동안 원없이 루꼴라를 먹으며 샐러드, 파스타, 피자까지 할 수 있는 요리는 다 해봤다.

마지막에 수확한 루꼴라는 양이 너무 많아서 루꼴라페스토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실패했다.

루꼴라 요리에 대한 것은 따로 모아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루꼴라 파티의 현장


텃밭에서 수확한 루꼴라를 합치면 시중에 파는 1팩 기준 100팩의 양 정도는 족히 될 듯 싶다.

1팩에 3,000원 가량에 판매하는 걸 생각하면 30만원 어치를 수확한 셈이다(오예!).


기대 이상으로 빠르고 풍성하게 잘 자라서 텃밭의 재미와 보람, 맛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해준 루꼴라.

장마가 지나면 다시 심으려고 씨앗 한 봉지를 또 사다두었다.

요번에는 한 알 한 알 간격을 잘 두고 심어서 예쁘게 키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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