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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채 Dec 02. 2023

새해엔 이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2

이직은 해야 하지만 예전과 달리 확고한 가치관이 서지 않아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첫 글에 이어 두 번째 글입니다. 제일 먼저 정리해야 할 부분은 정했어요. 나는 어떤 스타트업이 맞는가에 대해 저만의 결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전 경험을 반추해 실마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사업으로 혼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혼자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계약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팀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건 회사였고, 저에게 맞는 곳은 스타트업이었고요. 아! 여기서 저에게 맞는다는 표현은 당시에는 그냥 일반적인 스타트업 이미지가 절 매료한 것일 겁니다. 열정 넘치고 수평적이고 그런 일반적인 이미지 말이죠. 별 깊은 생각은 없었을 거예요.



제가 지금에서야 의문이 드는 포인트는 저는 왜 스타트업에 처음 입사한 이후 4년이나 흘렀음에도 여전히 남들에게 '난 스타트업이 맞는 거 같아!'라고 말하는가입니다. 어쨌든 맞는 것 같으니 그리 말하겠지만 도대체 어디가 나에게 맞는다는 걸까요.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나 트렌디한 복지 같은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장점 물론 저에게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만 그게 본질은 아닌 것 같고요.



처음 스타트업에 입사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빠르게, 그리고 정확히 일을 쳐내야 했었어요. 힘들었긴 했지만 그 순간이 바로 처음이었습니다. 팀에서 주도적인 상황을 처음 겪은 것도, 그거에 대한 성과나 보답을 받은 것도. 이후에도 중독된 마냥 그런 상황을 격의 없이 마주했고 즐겼습니다. 주변에서도 저를 그렇게 봐주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단순히 주도적이고 속도감 있는 문화만이 저를 지탱하는 느낌은 또 아닙니다.



이러한 느낌을 조금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까요. 스타트업에서는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목적의식을 어느 순간 잃어버리고 쳐내는 일에 집중하는 함정에 빠져버리기도 해요. 주니어는 더더욱 그럴 수 있고, 팀 리더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헷갈리는 순간 함정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느낌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캐치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팀에게 우리 목표를 돌아보자는 식의 제안을 먼저 하는 편입니다.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그게 내가 먼저였다는 점에서도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미니 CEO를 선호한다고 간혹 말하긴 해요. 스타트업의 대표는 자신의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걸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정확히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가 조금 있습니다. 대표는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대외적으로도 사업을 제대로 알려야 하고, 각 팀의 중요 의견은 모두 컨펌해줘야 하면서도 팀원의 세심한 불만은 또 해결해 줘야 되거든요. 작은 조직일수록 대표에게 다이렉트로 전달되는 문제점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사업이 나아가게끔 항시 모니터링하는 누군가의 존재는 대표에게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류의 역할을 그동안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게 절 지탱하는 출근하는 동기부여였고요. 글을 쓰면서 생각하다 보니 의외로 저는 시장을 만들어가고 새로운 BM을 만드는 거대 담론의 매력보다는 마이크로한 제 R&R에 더더욱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직하려 할 때 회사의 BM도 중요하게 고려하지만 팀의 문화나 대표의 생각도 세심하게 살피는 편입니다. 그래서 자체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브런치 같은 곳에 진솔한 생각을 남기는 스타트업에게 더욱더 호감을 느낍니다.



정리가 이제 조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트업 속의 나는 이렇습니다.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그에 대한 성과나 보답을 확인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업 방향과 속도에 있어서 제동이 필요한 지 항시 살피고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는 문화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곳이라면 전 무척 괴로워할 거예요. 이를테면 주도적인 일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렇지 않고 누군가의 캐리가 필요한 곳이라던가, 일주일이 꼬박 걸려도 좋으니 사업 방향의 문제점을 깊게 논의하고 일에 착수하자는 의견보다는 그 시간에 일을 하자라는 문화가 지배적인 환경 말이죠.



이러한 저만의 정리가 이직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어 할 수도 있지만. 제일 깊숙한 곳에서 애매한 점을 정리해 나간다면 앞으로 새로운 팀원들 앞에 제가 섰을 때 보다 굳건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면접을 보더라도 두서없이 말하는 경향은 확고한 생각 없이 그 순간의 질문을 모면하는 탓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앞으로 좀 더 뾰족하게 퀘스트 깨듯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요.






혹시나 제가 궁금하신 분들께.

감사하게도 저를 좋게 봐주신 분들의 추천사가 있는 제 프로필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rocketpunch.com/@222/jobh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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