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채 Dec 18. 2023

새해엔 이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5


요즘 '자기객관화' 라는 말이 심심찮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보통은 긍정적인 느낌으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거나 혹은 평가 절하하는 행동을 하지 말자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개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게도 자기객관화가 필요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상품객관화'가 될 것 같아요.



프로덕트를 자체 개발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소수의 인원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논의를 통해 발전하고, 개발자를 어찌어찌 구해서 MVP를 구현하며,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잘 풀린다면 정식 서비스까지 런칭합니다. 프로덕트는 곧 스타트업의 상품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품객관화'를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 보여요.



제가 생각하는 '상품객관화'는 결국에 VOC에서 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VOC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설문 폼 혹은 직접 예비 고객들과 만나서 현재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설명합니다. 왜 이 상품(프로덕트)이 필요한지, 경쟁사 대비 어떤 장점이 있는지, 그리고 가격은 얼마나 합리적인지 등에 대해 열변을 토합니다.



보통 보상이 없는 이러한 피드백 요청에 예비고객은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게 일반적일 수도 있지만, 그 와중에도 친절하게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들어보니 구상하시는 상품은 이게 문제인 것 같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혹은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다. 꼭 필요할 것 같다. 등등 주관적인 의견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팀은 정량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 상품의 점수를 5점 만점으로 매겨달라는 요청을 한다거나 구매 의사를 예/아니오로 체크해 달라는 등의 문항도 예비 고객에게 제시하곤 합니다. 그리고 차후에 이러한 정량적인 데이터를 종합해서 현 상품에 대한 성적표를 만들어 팀 내에서 공유하고 논의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정량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때 꼭 '예상 구매시기'에 대한 디테일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비 고객이 런칭을 앞둔 프로덕트에 대해 상당히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마치 프로덕트가 나오면 당장이라도 구매할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 예비 고객은 어쩌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프로덕트 아이디어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지만 구매는 좀 나중에 생각해 보자'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규 HR 서비스로 예를 들자면, 좋은 상품이지만 당장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아 구매를 미룰 수도 있고(예를 들면 조금 불편했었지만 곧잘 해왔던 업무들이라 굳이 서비스를 구매?), 다른 경쟁사 제품이 좀 비싸더라도 잘 쓰고 있기 때문에(기능이 이미 익숙해져 버려서 조금 더 싸다고 굳이 서비스를 갈아타야 하나?) 구매를 당장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 상품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주지만, 이들에게 확실하게 구매시기를 물어보지 않는다면 그저 좋은 피드백만 남게 됩니다. 그러한 피드백은 '현재 개발 중인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먹힌다'라는 의견을 강화해 주면서 팀 내 분위기를 고취시켜 줄 뿐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언제 구매할 건데요?'를 집요하게 물어봤다면 우리 제품은 당장 팔릴 수 있는 제품인가 아닌가에 대한 명료한 힌트를 얻습니다. 구매 시기가 생각보다 밀리는 대답을 얻게 된다면 아직 우리 상품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 매력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인터뷰 등을 통해 저에게 '어떤 회사 분위기를 원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의 대답 중 하나는 고객 지향적인 분위기를 원한다고 답합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너무 추상적이긴 합니다. 제가 말하는 고객 지향적인 분위기는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상품객관화'가 철저히 이뤄지는 곳입니다. 구매시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스타트업 또한 '상품객관화'를 잘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상품객관화'를 통해 그 순간만큼은 조금 허탈할 수 있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자신감에 고취되어 정말 멀리 돌아가기 것보단 백배 이상 낫습니다. 프로덕트가 넘쳐나는 세상에 상품객관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품은 너무나 우여곡절이 많지 않을까요. 저 또한 팀에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입장에서 프로덕트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려 노력하곤 합니다.





혹시 제가 궁금해지셨다면, 

감사하게도 추천사가 적힌 제 프로필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rocketpunch.com/@222

매거진의 이전글 새해엔 이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