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도 있었네 하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한 해의 마무리를 하는 12월이 오면, 늘 이런 식이다. 연말 특유의 붕 뜬 분위기 속에서 한 달에 채 한 번을 안 마시던 술을 들이붓는 수준으로 마시게 되고 - 그 결과 내 흑역사의 대부분은 12월에 생겨났다 - 그 절정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 술자리가 조금 줄어들고 나면 어미 새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마냥 다음 달 월급을 기다리게 된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한명 한명 만나고 다녔을까. 그렇다고 해서 다 만났느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 중 못 만나고 해를 넘겨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간이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까 하고 문득 시무룩해졌다.
먹고 살기 바쁘다며 앞만 보고 살아가다가 이제 12월이라고, 끝이라고 하니 덜컥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꼴이다. 그때뿐이면서. 해가 바뀌면 어느 순간 또다시 앞만 보고 달리고 있을 거면서. 물론 우리는 매일 어제가 되어버릴 오늘과 이별하며 곧 헤어질 내일을 향해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하루가 주는 무게감과 월 단위&년 단위의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 뒤숭숭함은 매번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항상 뭔가 안 한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거겠지. 사실 우리는 매번 실수를 하곤 하지만 그래도 인생 1회차 치곤 꽤 여러 차례 슈퍼세이브도 해 오며 매년 놀라운 선방을 보여 왔는데도.
내내 뒤를 돌아보며 아쉬워할 수는 없다고? 그렇다고 매몰차게 돌아서서 앞으로 달려나가기엔 뒤돌아보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한 해가 다 지나가는 마당에 하지 못했거나 아쉬웠던 것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새해니까 이러이러한 것들을 해봐야지 하고 생각해보는 편이 정신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다.
물론 항상 그래왔듯 계획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이런저런 변수 때문에 울고 웃으면서도 결국 목표를 이룰 수도, 멀리 돌아갔지만 결국 어떻게든 도달했을 수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실패할 수도 있겠지.
그 해를 잘 살았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의 기준을 한 해 계획의 성공과 실패로만 놓는다면 삶이 너무 팍팍해질 것 같다. 그렇기에 '계획'이 아닌 '생각'을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부모님, 친척, 친구, 아끼는 형 누나 동생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 사회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 직장 동료들, 자주 볼 수 없지만 항상 그리운 많은 사람들, 정말 보고 싶은데 볼 수 없게 된 사람들... 그들과 살아온 지난날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만큼 앞으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나는 어떠한 내가 되어갈지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까?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답은 없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만 살아갈 뿐.
그러니 이번 생에 만난 모든 분들께는
염치없지만 지금까지 감사했던 것처럼 내년에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딱히 드릴 건 없고, 작년 영화 리뷰때 써먹었던 노래를 재탕하며 물러갑니다.
연말연시에 한번쯤 듣고 되새겨보기 좋은 노래라서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뵙겠습니다.
올해도 또 하나의 계절이 찾아와
추억은 또다시 멀어졌어
애매했던 꿈과 현실의 경계도 또렷해졌어
그래도 언젠가 너에게 말했던 꿈에
거짓은 하나도 없었어
La La
오늘이 무척 즐거워서
내일도 분명 즐거울 거라고
그런 나날이 계속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그 시절..
반복되는 매일에 조금 부족함을 느끼면서
부자연스러운 시대의 탓이라며
괜히 앞질러서 포기해버렸어
La La
오늘이 무척 서글퍼서
내일 만일 울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날도 있었네 하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몇 번이고 돌고 도는
한정된 이 시간 속에서
우리들은 지금 살아가고
결국 무엇을 발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