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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인 Dec 11. 2018

VIPKID와 미국교과과정 (1)

VIPKID의 성장이 놀랍다.

VIPKID의 CEO인 신디미는 고등학교 중퇴자로 이제 겨우 35살이다. 2013년에 회사를 세우고 VIPKID 서비스를 시작한 후, 경이로운 스피드로 Series A, B, C를 통과(거의 돌파 수준)하여, 중국 기업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온라인 교육분야 기업가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설립 4년만에 기업가치 15억달러 이상, 매출 8억 달러, 직원 수 1만명. 도대체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VIPKID의 서비스 자체가 훌륭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퀄리티를 보유한 서비스였다. 하지만 중국시장의 규모,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라는 요소들이 더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놀라운 수준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는 교육서비스로서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하다.


VIPKID의 서비스는 어린이 화상영어이다.

얼핏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여기에 VIPKID는 몇 가지를 더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미국’이라는 키워드일 것이다. 미국의 Common Core를 기반으로 교과과정을 설계했기 때문에 ‘미국 커리큘럼’, 미국과 캐나다 대졸자 혹은 ESOL경력자만 고용하기 때문에 ‘북미권 원어민 강사’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고, 이 두 가지 키워드가 가장 전진배치되어 있다. 신뢰성있는 커리큘럼과 검증된 강사라는 교육서비스의 두 가지 핵심 축을 '북미'라는 키워드로 풀어냈고, 학부모의 니즈에 가장 짧고 단순하게 (혹은 원초적으로) 대응한 것이 결국은 가장 정확한 대응이 된 것이다.


VIPKID의 성공으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어린이 영어시장은 ‘미국’ 혹은 '원어민'이라는 키워드가 대 유행이다. 물론 한국에도 예전부터 영어도서관, 영어유치원같은 곳에서 미국교과서를 사용하고, 미국에서 사용하는 리터러시 레벨 기준으로 리딩 학습을 해왔고, 또한 원어민 강사도 고용해왔지만, VIPKID만큼 철저하고 집요하게 그 수준을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본다. 적어도 교육 서비스에서 가장 핵심인 2가지, 커리큘럼과 강사라는 부분에 있어서 집요할 정도의 퀄리티를 확보한 것이 VIPKID의 1차적인 성공요인이라고 본다.


또 한 가지 특이할만한 점은 원어민 강사에게 가는 수수료이다.

초창기에 원어민강사 100명으로 시작했을 때에는 대표인 신디 미가 일일이 직접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원어민강사의 학력수준과 경력수준도 모두 챙겼다. 자격있는 원어민 채용을 위해 또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화상영어 비용은 원어민 강사 파트만 놓고 본다면 회당 25분 수업에 약 삼만원 정도의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25분 수업 전에 5분가량 선생님 동영상이 있고 화상영어 수업 이후에는 복습을 위한 온라인 학습이 마련되어 있어, 총 1시간 정도를 수업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삼만원이라는 비용을 학부모에게는 부담할만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또한 화상영어 수강료 중에 50%는 원어민 강사에게 가는데, 대부분의 화상영어 수강료에 비하여 훨씬 높은 수수료이기 때문에 강사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높다.


현재 강사는 6만명, 유료수강자는 30만명 정도.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강사를 위한 커리큘럼을 제공하지만 그 외에도 강사 커뮤니티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수업자료도 굉장히 풍부하다. 최근 북미에 거주하고 있는 명문대 출신이나 ESOL 경력자들에게 각광받는 일자리가 바로 VIPKID TEACHER가 되는 것인데,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으므로 육아와 병행하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지원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합격율은 5-10%정도밖에 안되며, VIPKID 또한 그 사실을 또 전면적으로 내세워 강사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듀테크 기업이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기술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아주 효율적이다. 무리하게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확장하지 않고, 범용성이 큰 데스크탑 피씨와 헤드셋으로 수업하도록 하는데, 그 부분이 자녀 통제를 원하는 학부모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된다. 운영 및 서비스하는 부분에 있어서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보다는 사용자 분석이나 커리큘럼 구축을 위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계속 학습의 퀄리티를 높이고 보다 심리스한 사용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결국 에듀테크라는 것은 기존의 학원 수업뿐만 아니라 이러닝,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블렌디드러닝으로 어설프고 불편하게 이루어지던 부분을 기술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 뿐이지 업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교육 서비스에서 핵심이 되는 학습적인 부분 - 커리큘럼과 강사진의 지속적인 퀄리티 향상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은 VIPKID의 빠른 성공, 그리고 경제적 해자를 구축하여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동력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비슷한 화상서비스들이 경쟁자로서 계속 떠오르고 있지만, VIPKID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강사채용 기준을 조금 느슨하게 한다거나, 커리큘럼적인 부분에서 허술함이 있다거나, 혹은 모바일 기술에 너무 집중하느라 회사의 자원을 개발에 쏟아붓는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VIPKID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 하느냐는 해당 기업의 선택이겠으나, 결국 소비자의 니즈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학습 컨텐츠의 확보가 교육서비스업의 본질이고, 그 본질에 집중하고 그 부분에서 차별점을 가져갈 수 있는 콘텐츠가 VIPKID가 이끌고 있는 현재 에듀테크 시장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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