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성공(?)한 연애는 잘 풀렸다. 광화문에서 만나 숭례문 쪽으로 걸었다. 중간에 폭우를 만났다. 상공회의소 앞 신한은행 ATM기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예상치 못 한 상황이었는데도 운치가 넘쳐 좋았다. 식당 예약이 꼬이면 꼬여서 잘 되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좋았다. 서로를 향한 호감이 강하면 뭘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연애는 노력이 아니라 매력이 핵심이니까.
커피 신제품을 만들고서 커머스몰에만 올리고는 일정 기간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는다. 상품성 여부를 파악하고 싶어서다. 팔리는 경우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된다. 이번 ‘나의이상형’이 그랬다. 그냥 팔리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해 둔 생두 물량이 순식간에 소진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커피는 선물하기 참 까다로운 상품이다. 우선 상대방이 커피를 마시는지를 알아야 한다. 커피를 마신다고 하더라도 홈카페 구성을 갖추고 원두커피를 마시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뛰어넘어 선물할 수 있는 제품이 드립백이다. 드립백 커피를 좋은 선물 상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제작 업체에 의뢰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그렇게 해서는 경쟁력이 없을 거 같았다. 드립백을 내면서 티모르테이블의 모든 커피를 드립백으로 주문하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애를 썼다. 노력한 덕분인가. 본인 결혼식 선물로 우리 드립백을 선택하신 분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고객 여정을 설계할 때 ‘100g 맛보기 제품으로 본인 취향 파악 —> 200g / 500g / 1kg 제품 선택 —> 대용량 제품 선택 —> 자기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커피 블렌딩 요청’ 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결혼식 선물을 선택하신 분은 이 고객 여정에 정확히 맞게 오랫동안 주문해 주셨던 분이라 마음이 더 뿌듯했다. 이 분뿐만 아니라 드립백 선물이 정말 많이 늘었다.
‘나의이상형’과 드립백 덕분에 많은 커피를 생산했다. 작년 이 맘 때 생산 설비를 더 늘려야겠다고 고민했고 올해 초에 2배로 늘렸다. 몇 달이 지나 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연애에서 중요한 건 내 매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찾는 거다. 연애하기 위해 노력한다. 는 말은 (자기계발과 더불어) 그런 사람을 찾는 노력이지 특정한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매달리는 게 아니다. 딱 봐서 아니면 다른 사람 찾는 게 낫다. 연애의 핵심이 매력이듯, 결국 상품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좋은 게 팔리는 게 아니라, 팔리는 게 좋은 거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는 매력적인 제품을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