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이어리를 쓰는 것에 대한 고충

by 모두미

좀 더 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자 3p 바인더 다이어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3p 다이어리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몇 번이고 유튜브를 들어봐도 확 들어오지 않았다.

특별히 주간 기록표를 적다 보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더 깊이 연구하지 않아서 겉 핥기 식으로 다이어리를 써서 그런 걸 지도 모른다. 암튼 시간 관리를 하고 좀 더 많은 시간에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다이어리를 쓰는 시간을 만드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3p 다이어리를 포기할 뻔했다. 아마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눈 딱 깜고 그냥 내 스타일인 귀엽고 아기자기한 다이어리를 하나 더 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인도에 있다. 인도에는 귀여운 다이어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또 그 제품이 내 마음에 드는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3p 다이어리와 다른 다이어리들을 비교하면서 고민하다가 다시 3p 다이어리로 돌아왔다. 일단 내가 1년 치 사놓은 속지가 너무 아깝기도 했고 딱히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시 잡았을 때는 그래도 제대로 써야 하는 법. 다시 유튜브로 다이어리 쓰는 방법을 조금 들은 후 이번에는 저녁 9시 30분에 알람을 맞추고 매일 하루의 피드백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계획도 적을 것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나의 목표를 찾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으로 나눠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체크하라고 하는데 어느새 내 두뇌는 깊은 것을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단순한 것에만 반응하려는 뇌가 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언제부터인가 페이스북에도 인스타그램에도 간단한 사진과 짧은 설명만 올리지 긴 나의 감정이나 이야기는 올리지 않고 있었다. 단순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이어리를 쓰며 다음 날은 고민하고 그다음 달을 생각하고 일 년 후를 아니 10년 후를 꿈꾸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가 어떤 다이어리를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고민한 것은 참으로 바른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다이어리 고민으로 하루를 망쳐버렸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마 이 덕분에 나는 오늘 몇 달 만에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추측까지 들었다. 오호라~ 오늘 나는 하루를 망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낸 것이었구나.

그러고 보니 이 글을 쓰는 사이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써야 할 9시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빨리 마무리하고 다이어리를 펼쳐야겠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계획하고 꿈꾸고 그것을 위해 달려가기를. 그래서 모호했던 내 꿈들이 내 목표들이 뚜렷하게 보이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직 배울 게 많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