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나 Jan 23. 2023

대화만 하면 싸움이 난다고?

https://www.youtube.com/shorts/7u2oUr_wyMc


결혼 20주년을 앞둔 부부의 대화입니다.

남편: (다정한 표정으로)“여보 결혼 20주년인데... 내가 당신 선물 사주려고 돈을 좀 모았어. 혹시 갖고 싶은 거 있어?”

아내: (미소를 띠며) “정말??? 음~~~ 그런 나 전에 봐 둔 거 있는데 말해볼까??? 비싼 건 아니고 백화점에서 작은 가방 하나 봤는데 참 예쁘더라고”    

남편: (고개를 끄덕이며)“알았어! 내일 퇴근하고 저녁 7시에 oo백화점 정문에서 보자. 늦지 말고 나와.”


다음날 아내는 꾸안꾸 스타일을 연출한 뒤 oo백화점에서 남편을 기다립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는데 오지 않는 남편. 게다가 카톡을 보내도 답변이 없네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아내의 답답함이 커질 때쯤 저 멀리 남편이 보입니다. 좀 늦었으면 살짝 뛰어올 법도 한데 천천히 핸드폰을 만지며 걸어오는 남편... 게다가 딱 봐도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말입니다.

순간 아내의 가슴에는 짜증이 몽글몽글 올라왔지만, 오늘은 싸우면 안 된다고 판단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남편을 맞이합니다. 그래도 한마디는 해야겠다 싶었는지 아내는 한껏 귀여운 표정과 코맹맹이 소리로 남편을 팔을 잡아당기며 말해봅니다.

"자기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짜증 나"

지금 이 멘트 짜증입니까? 애교입니까? 네~ 애교지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아내의 생일이 다가왔네요.

스윗한 남편은 "여보 먹고 싶은 거 없어? 여보 좋아하는 거 먹자~"며 아내와의 외식을 계획합니다.

파스타가 먹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아내가 좋아하는 파스타 가게를 예약한 남편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에 도착한 아내는 남편을 기다립니다.

여러분 이 정도면 다음 상황 느낌이 오시나요? 그렇죠. 남편이 또 늦게 옵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식당 유리 밖으로 멀리 앞을 바라보니 이 인간이 또 핸드폰 게임을 하며 느릿느릿 걸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순간 짜증이 밀려온 아내는 남편이 의자에 앉자마자 미간에 내천자 인상을 쓰고 앙칼진 목소리로 쏘아붙입니다.

"자기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짜증 나!!"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지금 이 멘트 짜증입니까? 애교입니까?

똑같은 멘트임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는 '애교', 두 번째는 '짜증'이지요.

뭐 때문이죠? 바로 말투와 목소리, 표정, 몸짓 때문입니다.


우리가 소통에 대한 책이나 강의를 살펴보면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내용'에 관한 것들을 굉장히 많이 다룹니다. 그런데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말투, 목소리, 표정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술 먹은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귀엽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자기~ 또 술 많이 먹은 거야? 자기 미워!!~힝~ 나 이제 자기랑 안 만날 거양~~~~ 자기 안 사랑해잉~~~!!"라고 말한다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 이 여자는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지자고 말하는구나... 우리의 만남은 여기 까지구나'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습니다. 왜요? 말투와 목소리에서 상대의 귀여운 투정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아마도 "알겠어~~~ 얼른 들어갈게~"라는 대답을 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우리가 서로 대화하는 데 있어서 "짜증 나, 미워, 사랑해, 사랑하지 않을 거야"와 같은 말의 내용은 상대에게 내 의사를 전달하는 데 있어 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데 있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목소리, 말투에 해당하는 청각적 요소가 38%, 표정, 몸짓을 나타내는 시각적인 요소는 무려 55%나 된다고 합니다.


제가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향해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사나운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야! 엄마가 널 사랑하는 거 알아 몰라? 엄마는 그 어떤 걸로도 너를 바꿀 수가 없어!!! 엄만 너를 진짜 사랑한다고!!!!"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받아들일까요? 아마 재빨리 어디로든 도망갈 거 같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사랑한다는 내용이지만 표정, 목소리, 말투 들으면 공격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전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목소리, 말투, 표정입니다. 간혹 부부싸움한 분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내가 별 말도 안 했거든~ 근데 뭐라고 한 마디 했더니 그게 기분 나쁘다면서~ 밥도 안 먹는 거야~ 어우 쪼잔한 인간!"

여러분! 이럴 때 쪼잔한 인간이라고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말의 내용보다 목소리나 표정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냥 한마디 했더니 삐졌더라'라고 생각하기보다 '내 말투가 어땠을까, 내 표정이 어땠을까, 내 목소리가 어땠을까?'를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화를 잘하는 것이 꼭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경청을 잘한다고 해서 대화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내 눈빛이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지금 내 목소리가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지금 내 표정은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될까'

나를 관찰하고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이 대화를 하는데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기쯤 이야기를 하면 다들 답답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아~ 강사님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됩니까?? 그렇다고 내가 말하는 것을 매번 녹음해서 들을 수도 없고, cctv를 달아놓을 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마음이신가요?

저는 강의를 할 때면 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많습니다. '아 내 목소리가 지금 어느 정도이지? 톤이 높은가? 말투는 괜찮나?' 하면서 말이죠. 우리가 타인과 대화를 할 때에도 한 번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하고,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 스스로 의식하려 한다면 그 순간에 나를 관찰할 수 있고 내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유체이탈을 우리도 실천할 수 있게 되겠네요. 그렇게 우리가 자신의 목소리와 말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의 표정을 관찰하면 자신을 다듬고 정비할 수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잘 전달하며 더욱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대화가 잘 되는 그날까지! 파이팅!




***위의 내용은 이민규 저자의 '표현해야 사랑이다'라는 책을 참고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해야 성공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