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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Nov 20. 2022

팀장님들, 이런 실수 하지 마세요

3년째 팀장 하면서 든 생각

금요일 오전 8시 50분. 주간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휴게실에서 커피를 내린다. 곧 진행하는 회의는 개발팀과 진행하는 정기회의인데, 기획자이자 UXUI디자이너인 나는 놓치는 일은 없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우리 팀 회의 때보다 더 집중해서 듣는다. 대체로 이 회의는 현업에서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개발팀과 회의 후 개발부서 쪽 PM님께서 업무를 나누고 담장자를 지정하는 회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PM : "그럼 현재 업무 진행 파악이랑 분배는 다 됐고, 5분만 쉬었다가 새로운 어드민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개발자 A : "잠깐만요. 드릴 얘기가 있는데.."


어느 한 개발자 A님께서 말문을 여셨다. 이야기인즉슨, 자기의 일은 아니지만 옆에 앉아있던 개발자 B님의 일이 너무 과중해 보는 자신이 안쓰럽다는 거였다.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하기에 앞서 이 부분은 해결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의견이었다. 나와 PM님은 개발자 B님의 업무가 많은 지 몰랐다. 어쩌면 이건 공유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을 수도 있다. 여러분이 PM이라면 어떻게 대처했을지 답변을 미리 생각해 보길 바란다.







PM : "그걸.. 왜 이제 얘기해요? 미리 얘기하라고 했잖아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잘못하셨네'.

올해 들어 숱하게 개발자들이 썰물처럼 나갔다가 밀물처럼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는데, 팀원이 힘듦을 호소했을 때 질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그 원인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이제라도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했어야 했다. 나는 팀장들이 평소에 농담도 하고 팀원들과는 격 없이 편한 팀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팀원들은 팀장이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에게 나의 힘듦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힘듦보다 누군가에겐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아니 그럼 팀장이 심리상담소도 아니고 팀원들 이야기를 어디까지 다 들어줘야만 하는데요?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자신의 힘듦을 터놓고 이야기한 팀원은 별로 없었을 거다. 그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겨우 입을 떼는 것이니까. 성과로 평가받는 회사라는 곳에서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있는 팀장이라고 해서 본인은 대표가 아니다. 본인도 대표에게 평가받는 팀원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회사에서 드라마 찍네. 일 처리를 감정적으로 해야 되나요? 결과만 놓고 따지면 되죠.라고 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하소연이나 들어주는 K직장 드라마가 아니다. 주목할 점은 한 명의 팀원에게 업무가 과중하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업무 체계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팀장이 해야 할 일이다. 그게 바로 매니징이니까. 그런데 PM님은 지금까지 말 안 하고 있던 팀원이 이 행태의 잘못된 원인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다. 


물론 이 대화의 결론은 개발자 B님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를 다시 공유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어가기에 앞서 각각의 업무를 정리하는 것으로 좋게 끝났지만, 석연치 않다. 나의 일도 아닌데 나는 PM님이 한 말이 아직도 서늘하다. 문제의 원인은 분명 그 사람을 중심으로 생겨났겠지만, 문제의 화살은 당사자가 아닌 해결책을 향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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