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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Sep 04. 2022

헤어질 결심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했을 때 헤어질 결심도 할 수 있다

사랑 영화 중에 나의 원픽은 항상 타이타닉이었다. 우연히 첫눈에 빠져 내 목숨까지 희생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말이다.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인생 영화 중 사랑에 대한 주제를 꼽는다면 나는 헤어질 결심도 그 리스트에 추가하려 한다. 박찬욱 표 로맨스 영화이기 때문에 살짝? 기괴한 스토리이지만 그 중심에 남녀의 사랑에 대한 주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흥행에 실패한 이 이상한 영화를 N차 관람까지 하며 사랑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쓴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정상적이고 법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스토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살인을 해놓고 사랑하는 남자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자의 말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이해를 바라기보단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당신이라면 살인을 할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는가? 그게 타살이던 자살이든 간에.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NO겠지. 우리 모두 이구동성으로 NO라고 얘기해야 한다. 물론 남과 내 생명까지 앗아가는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지만, 주목할 점은 있다. 영화 자체가 극단적인 스토리이지만 조금만 풀어서 질문을 바꿔보면 좀 덜 불편해진다. 나 자신을 버릴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가? 혹은 한 적이 있는가?이다.


영화 속에서 박해일은 경찰로서 자신의 신념을 붕괴시킬 정도로 탕웨이를 사랑했다. 탕웨이도 자신을 내던질 만큼 박해일을 사랑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참으로 이 장면이 좋았다. 마지막 즈음에 전화로 탕웨이가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했던 말이 담겨 있어요. 그 말을 계속 들었어요." 굳이 사랑해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동이나 말을 통해 누군가가 날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녀의 대답에 박해일은 무슨 소리냐, 내가 어제 그런 말을 했느냐고 반문한다. 정작 사랑에 빠진 당사자는 자신이 말한 사랑의 표현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사랑했던 것이다.


"이 폰은 바다에 버려요. 아무도 찾지 못하게.."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랑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인가 조용히 스며드는 것인가? 금사빠이냐 아니냐이다. 항상 논쟁거리인 이 질문도 어찌 보면 우문이다. 두 남녀의 사랑의 속도는 분명 달랐지만, 호감을 느끼는 공통된 점들이 계속 쌓여 왔고 각자가 깨닫는 순간이 달랐을 뿐이지 그들은 똑같이 사랑을 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데 속도가 뭐가 중요한가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서 오는 마음의 풍요는 어디서든 얻을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사랑의 농도가 짙어지느냐 옅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정말 사랑은 답이 없는 주제라서 머리 아프지만 오히려 더 재미있다.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 뒤늦게 탕웨이를 찾으며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했던 말을 들으며 애타게 그녀를 찾는 박해일의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나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싶은.. 이 기괴한 로맨스를 이해하려 3번이나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N차 관람했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일 거라 확신한다.

나도 저렇게 깊은 사랑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고 싶을 때마다 운명적 사랑의 타이타닉과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이 영화를 함께 떠올릴 것 같다.



추가로, 특이한 연출 시도와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시킨 세트들이 보는 재미를 더 했다. 처음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는 흐르는 배경음악과 사운드를 한 번 더 듣고 싶어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 정도로 이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건 눈과 귀까지 만족시켜줬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최근 본 영화 중에 깊게 여운을 남기고 생각을 곱씹을 수 있게 해 준 명작이었다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zALG2cAhn8

덕분에 좋은 음악도 덤으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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