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하다면 이겨낼 수 있다
무릎이 아파서 좋아하던 여행도 못 갈 것 같았다(유럽 도보 여행 좋아하는 편)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도 많이 걷게 되는 장소는 피하고 싶었다. 지금 뛰면 지각 안 할 것 같은 회의에도 뛰지 못해 늦곤 했다.
이렇게 하나씩 포기하게 되니 사람이 더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 필요도 없다고 생각되던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그 사람과 함께 하던 시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무릎은 아픈데 이렇다 할 운동은 못하겠고 재활 겸 이왕 배울 거 제대로 배워보자 싶어 PT를 받게 되었다. 조금씩 근육이 붙게 되면서 아, 몸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PT를 받다 보니 어느샌가 나 스스로 운동을 즐기게 되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팠던 무릎도 나아지면서 나는 점점 원래의, 보통의 건강했던 나의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다 이사를 하게 되었고 이웃사촌이 된 회사 동료가 러닝을 알려주면서 깜빡이는 횡단보도에서도 못 뛰던 내가 10k를 뛰게 되었다.
무릎이 아프면 달리기는 하면 안 된다, 이건 안 된다, 저건 안 된다 하는 의학적 근거들이 있고 예전엔 나도 FM대로 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웨이트 만으로 허벅지 근육을 강화시키는데, 내가 들 수 있는 킬로 수는 한계가 있었고 운동으로 인한 퍼포먼스는 정체되니 다시 무릎이 아파지기도 했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내린 나의 결론은, 연골에 부담이 가는 건 사실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무릎 관절을 받쳐주는 허벅지 근육이 더 강화되었기 때문에 통증 개선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대학 병원까지 가서 의사에게 들었던 말은 ’ 운동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이었다. 달리기는 무릎에 안 좋다던데.. 런지는 하면 안 된다는데요? 우리의 신체는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일단 그냥 해봤으면 좋겠다. 달리기든 수영이든 웨이트든 3개월 이상은 꾸준히 해보면 뭐든 달라진다.
이 통증을 컨트롤하고 이겨내니 다른 것들도 해보고 싶은 여유가 생겼다. 이제까지는 운동에만 집중했지만 다른 취미로 피아노도 배우고 유럽 여행도 가서 하루에 2만보씩 걷기도 했다. 여행은 이제 못 갈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1년 안에 해외여행을 벌써 4번이나 다녀왔다.
다음 여행으로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러 필리핀으로 갈 예정이다. 건강에 대한 걱정이 줄어드니 미래에 대한 가능성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그렇다고 운동을 소홀히 하면 다시 무릎은 아파진다. 그래서 여행을 가도 러닝화는 꼭 챙겨가는 편이고, 호텔엔 헬스장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나의 건강은 운동이고, 그리고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행위는 장기전이다. 마라톤 같은 것이어서 빨리 뛰는 게 중요하지 않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가며 오래오래 살아가는 것. 그러려면 그만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고, 내 맘대로 안 되는 인생에서 컨트롤이 가능한 게 있다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질병을 통해 깨달은 점이다.
근데 더워서 뛰기가 싫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