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힝맨 Mar 04. 2022

서른일곱에 성장을 말해도 되는 걸까

성장을 목표로 해도 되는 나이는 대체 어디까지지?

쌓여있는 글감들이 많은데 완결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질질 끌리던 것들은 대부분 완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는 편이죠.

반대로 말하면, 잘 모르니 잘 안 써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아마도 글이 잘 써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신을 물어뜯고 비난(?)하는 건 정말 정말 쉽고 신나는(?) 일이니까요.


오늘 글을 쓰는 건 브런치에 한 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회사의 출신이라는 꼬리표

회사 출신이라는 꼬리표로 과거의 프레임에 갇히면 성장하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뒤통수가 얼얼합니다.

처음 IT에 발을 디뎠을 때,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회사의 인지도나 크기가 아니었는데,

최근 회사의 인지도나 크기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지금은 성장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습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저 회사에서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기여할 수 있으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가 기준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서른일곱에 성장을 목표로 해도 되는 걸까?라는.


사실 프로나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프로의 마인드로 완벽한 제품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pm으로 가장 기본적인 에티튜드라 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마추어의 열정이라 생각합니다.

영원한 소년으로 살고 싶은 마음처럼,

영원히 아마추어의 열정으로,

아마추어처럼 배우는 자세로 평생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 그런 에티튜드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철없는 소년으로 살고 싶은데!)

배워서 더 잘한다는 마음보다, 지금껏 배워온 것을 증명해야 하는 때가 더 많은 거 같아요.


오히려 요즘은 점점 역량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겁이 많아져 보수적인 선택을 하고,

기억력이나 체력도 예전만 못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더 배우고 싶고, 더 일을 잘하고 싶습니다.


서른일곱, 벌써부터 곧 마흔이라는 생각은 고리타분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IT인으로 마흔이라는 나이는 너무나 겁이 납니다.

현실에서 스타트업을 보면 대부분의 대표들이 저보다 어립니다.

또 알리바바나 네이버의 리더십 교체를 보면 저와 비슷한 나이입니다.

서른일곱이란 나이면, 유니콘 기업의 대표를 맡아도 될 나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정점의 나이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성장한, 나의 역량의 최대치는 여기까지고,
이제 쇠퇴해가는 자신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는 나이라는 뜻입니다.


미래를 보고 젊은 CEO를 내세우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그들도 몇 년이 지나면 다시 젊은 CEO로 대체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젊은 리더십을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더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 싶습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말이죠.

서른일곱에 성장하고 싶다고 떼를 써도 되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서른일곱이라는 나이는 성장을 이야기하기보다,

당당히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나이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정답은,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면서도 계속 성장해나가야 하는 것이겠죠.

그럼에도 성장이란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점점 겁이 납니다.

마치 성장이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게 어때서! 더 배우면 되지!라고 땡깡을 부리고 싶어요.)

어쩌면 부족한 자신을 변명하고 싶기에 성장이라는 말로 애써 치장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비겁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일하는 역량이든, 사람으로서든 말입니다.


서른일곱이란 나이에 성장을 말하는

비겁한 어른이 된다해도

당당하게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생활보고서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