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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Jan 17. 2023

독립의 무수한 장점과 단 한가지 단점

내가 28살이 되어서야 독립한 이유

우당탕탕 독립 생활 속에서도 나는 단 한 번도 독립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 독립의 장점이 너무나 많고, 독립을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중 단연 가장 큰 수확은 가족, 특히 엄마와의 사이가 급격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사이가 좋아진 걸 넘어 서로 애틋해졌을 정도이다. 서로 잔소리만 하던 우리는 서로를 걱정하는 사이로 바뀌었다. 가끔 보니 미운 말보다 좋은 말을 더 하게 돼고, 서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참아줄 수 있는 인내심도 생겼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는 가족 식사에 '참여'하는 의미가 커서 외식비를 내가 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부모님과 가끔 외식을 하면 '약속'을 잡고 만나게 되어 내가 밥값을 내기도 한다. 또, 부모님 집에 갈 때면 이것저것 가족들이 좋아할 것을 챙겨가기도 하고 반대로 가족들도 내가 좋아할/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바리바리 챙겨둔다. 부모님과 독립 문제로 1년간 대화도 하지 않고 싸웠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지금은 서로 사이가 좋다. 심지어 우리 엄마는 이제 다른 동생들도 다 독립 시키고 싶어하시는 지경이다! 역시 가족끼리는 떨어져야 사이좋게 산다(?)


내 독립의 큰 이유였던 나만의 공간/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너무 좋다. 나는 이제 샤워 후 맨 몸으로 집을 배회할 수도 있고, 힘든 날엔 집안일을 내일로 미룰 수도 있다. 마음껏 늦잠을 자거나 밤을 샐 수도 있고 기분이 안 좋은 날엔 아무랑도 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확실히 부모님 집에서보다 더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일 할 때도, 쉴 때도 모든 활동을 온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재택 근무를 할 때 방문 밖의 상황 걱정없이 오랫동안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영화를 보면서 펑펑 소리내어 웃고 울 수 있다는 것도 너무너무 좋다.

또 그만큼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을수도 있었다. 혼자 성실히 영어 공부도, 브런치도, 포트폴리오도 잘 만들어나갈 수 있을줄 알았지만 내 의지의 한계도 느꼈다. 평소에 영상,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유튜브를 운영하거나 엽서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는데 뽀짝뽀짝 하다가 성과가 잘 안나서 도중에 그만뒀다. 그래도 부모님 집에서라면 도전도 해보지 않았을 것들을 해보고 실패지만 결론을 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봤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고, 다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은 성공하지 않더라도 혼자 맘편하게 무언가를 계속 도전해보는 일상을 살고 싶다.


독립 후 제일 재밌고 신나는 점은 집에서 친구들과 편하게 놀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코로나 이후에 독립을 한 지라 친구들과 밖에서 약속잡기 불안할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 우리집이 안전한 아지트가 되어주었다. 마침 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서인지 우리 집을 탈출구 비슷한 것으로 여기며 좋아했다. 근처에 맛집이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시켜먹고, 음식점보다 훨씬 싸게 마트에서 사온 술들과 함께 했다. 시간 제약없이 놀았고, 피곤한 친구는 먼저 잠들거나 쉴 수 있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외부 약속이 많이 생길 쯤에도 좋았다. 10여년 간 내 생활 베이스는 서울인데 부모님 집은 경기 남부라 아무래도 좀 멀었다. 택시를 타야할 때면 서울 친구들의 최소 2배라는게 부담스러워 맘껏 놀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약속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좋았다. 물론, 늦게 들어오는 딸을 걱정하느라 잠 못주무시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자취의 단점은 없을까? 난 집안일이나 요리를 좋아하는 타입이기라 그런지 부수적인 일들은 나에게 큰 단점이 아니었다. 나에게 자취의 단점은 딱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돈'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 자취의 유일한 단점이다. 나는 돈을 주고 자유를 샀다. 물론, 돈보다 자유가 나에게는 더 큰 가치이기 때문에 기꺼이 독립을 선택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듯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기에 가끔 나의 지출에 압도될 때가 있었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아끼기 위해 항상 고민했다. 이 단점은 다른 장점을 덮을만큼이나 꽤나 강력한 것이여서 내가 그 동안 독립을 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고, 나처럼 독립이 간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독립을 굳이 추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립을 하지 않았다면 1년에 유럽 여행을 2번은 갈 수 있고, 웬만한 명품 가방 3-4개는 살 수 있다. 이걸 포기하고서라도 독립이 하고 싶을 때 독립을 해야 후회없이 단단하게 혼자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 라이프에 너무 만족하며 잘 사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 주변 사람들은 많은 독립 뽐뿌를 느끼곤 한다. 그 마음이 작은 로망에서부터 시작된 걸 알기에, 나는 나의 독립을 반대했던 사람들처럼 일단 그 마음을 잠재우고 본다. 그리고 돈의 무서움(?)을 알려주고(대부분은 자취에 드는 비용을 말해주면 알아서 마음을 접는다) 독립이 얼마나 큰 각오가 필요한 것인지 일깨워준다.


이 장/단점은 강제로 독립해야만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고 우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부모님 밑에서 독립을 오랫동안 원해왔던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깊은 문제일 수 있다. 자발적 독립은 실로 진지하게 그리고 깊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인 것은 맞다. 독립을 준비하면서 엄마를 포함하여 주변의 많은 반대가 있었던 덕분에, 나는 독립을 조금 더 진지하게 마주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을테고, 그러면서도 또 다시 독립에 대한 꿈을 괴롭게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지 않아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을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고려했을 때도 독립이 하고 싶은가? 그리고 독립에 드는 비용이 생활에 무리가 없을 수준인가?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독립에 착수하고 실행해서 이 자유로운 독립 라이프를 누려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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