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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Feb 11. 2023

그렇게나 독립을 원하더니 진짜 혼자가 되어버렸다?

'독립한 사람'이 아니라 '독립적인 사람'이 되기 (feat. 이별)

그간 독립의 장점을 무수하게 이야기해왔지만, 그중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이별과 독립심이다.


독립을 하고 오래되지 않아 나는 이별을 하게 됐다. 그토록 '독립하고 싶다, 혼자살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더니 하늘이 진짜 혼자가 무엇인지 보여주려는지 독립과 이별을 동시에 선물해 준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내가 독립한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와 이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맞닥뜨릴 수 있었다. 독립 덕분에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상대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 셈이다. 이별이야 흔하디 흔한 일이라지만 내가 감정적인 의지를 많이 하고 있던 상태에서 준비되지 않은 채 맞은 이별이라 나에겐 너무 힘든 사건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독립 덕분에 여러 힘듦을 좀 더 잘, 그리고 소란스럽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카페 대신 집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눴고 덕분에 누가 봐도 이별하는 중인 것을 공공연하게 알리며 수군거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가족들의 걱정과 질문 없이 마음껏 울고, 욕하고, 지칠 수 있었다. 이렇게 가장 편한 공간에서 혼자 감정을 발산하고 추스를 수 있어서 밖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나를 마음껏 찾아와 위로가 돼주어 힘듦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독립한 상태에서 이별을 하니 진정한 외로움을 태어나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껴봤다. 독립 전에는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는데, 공간에서의 독립과 동시에 가족, 연인 관계에서의 독립까지 연달아 일어나니 갑자기 이 넓은 세상에서 혼자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이런 감정을 느끼고 나니 그동안 내가 원해왔던 독립은 반쪽짜리 독립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을 때는 혼자이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는 내가 굳이 독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나는 그냥 '독립한 사람'에 불과했다. 심사숙고해서 독립을 결정했다고 생각했지만 '혼자로서의 자유'에 들떠 '혼자로서의 단점'이나 '외로움'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물론, 생각해봤다고 한들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것은 매한가지이긴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제라도 고독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아무리 사람들 속에 파묻혀 살아간다 해도 죽기 전까지 언젠간 고독한 순간을 마주 할 텐데, 중년 혹은 노년이 되어 처음으로 고독을 맞닥뜨렸다면 지금보다도 더 힘들었을 것 같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기초적인 감정인 고독함을 이제야 제대로 느껴봤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다. 그동안 나에게 외로움과 고독함을 털어놓던 친구들을 나는 얼마나 허망한 말들로 위로하고 있었던가. 고독을 경험한 이후로는 내 감정과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진 느낌이다. 그동안 내가 이렇게 놓치고 지나간 감정과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기도 했다.


아무리 독립이 좋다고 외쳐보지만 매일매일 독립의 행복으로 눈뜨는 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혼자 사는 게 외롭거나 심심하거나 후회가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지난 이별을 떠올려본다. 아찔하다. '어휴, 독립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이상한 사람인줄도 모르고 계속 만날 뻔했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이것만으로도 독립 뽕(?)을 뽑은 느낌이다. 그리고 남들은 자연스레 느끼고 거쳤을, 그러나 나는 모르고 살았을 감정들과 생각들을 늦게나마 얻었으니 독립 덕분에 인생을 배웠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별 덕분에 늦게서야 제대로 맞이하는 '진짜 혼자'로서의 삶은 허둥지둥대고 불안할 때가 참 많았다. 아팠고 힘들었지만 덕분에 나, 그리고 나의 감정과 더 친해질 수 있었고, 나를 잘 돌볼 수 있는 방법도 배워나가는 중이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 진짜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고 행복한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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