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넌 너무 생각이 많다는 얘기를 듣는 요즘이다.
의미 없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을 해결하려고 하고, 네 말이 어떻게 전해질 지 고민을 너무 많이 해서 정작 할 말은 못 한다고.
근간이 흔들리는 지적이라 말을 잃었다. 생각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진 나를 걷잡기가 쉽지 않았다. 일을 해야 한다면 맥락을 잘 맞추고 싶을 뿐이고 말을 해야 한다면 상처를 주고받기 싫을 뿐이고 사랑을 해야 한다면 오해를 만들기 싫을 뿐이었나. 나는 그 지적을 받자마자 잘못한 기분이 들었는데, 왜인지 그게 싫어 열심히 이유를 찾았다. 사실 ’ 생각이 많은 나‘는 너무나 내 안쪽에 있어서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책을, 영화를, 음악을 꽤 깊게 즐길 수 있어. 나는 그렇기 때문에 일할 때 꽤 도움을 받았어. 나는 그렇기 때문에 배려받고 배려할 수 있었어. 애써 위로하고 보듬고 갈음했다. 괜찮아. 뭐가?
괜찮지 않을 일도 없는데 괜찮다고 웅크리고는 마음을 그러모아봤다. 이런저런 생각을 손으로 훔칠 때마다 왜인지 베이고 또 베였다. 내 속의 나는 자책했다가, 위로했다가, 배짱 있게 으스댔다가 다시 울었다. 툭 쏟아놓으면 와르르 흐를 게 그 억울한 무언가였을 것이라 나는 다시 숨을 골랐다.
생각이 많다는 건 상대 혹은 스스로에게 신뢰가 없어서 그런 걸 거야. 나와 비슷한 친구가 말했다. 어차피 책임지는 건 자신이라고 생각해서 그래. 의지를 안 하고. 네가 예상하는 가장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수야 있겠지만 그게 꼭 벌어질 거라고 겁을 내면 당연히 공격적이게 되잖아. 일이야 책임감으로 버틴다지만 아무래도 애정에 있어서는 좀 힘들지 않을까. 그러기엔 사람 사이는 내 뜻대로 흐르지 않잖아. 곁에 있길 바랐지만 떠나기도 하고 아무리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기도 하니까. 다 떠나보내놓고 내가 뭘 고쳐야 하는지 알게 되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때 정작 그 사람은 없기도 하고. 그러면 어떡해? 말마따나 네 손을 떠난 문제잖아. 흘러가는 대로 둬야지, 그걸 왜 생각해. 나는 말을 잃었다. 모든 걸 쉽게 넘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없다는 걸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어도 무던해지기가 쉽지 않다. 늘 스스로를 향해있는 나의 예민은 그래, 나를 그러안은 팔처럼 벗어나기가 어렵다. 생각이 많다는 말을 듣고 또 생각이 많아진 나를 보면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웃자니 막막하고 울자니 그럴 일이 아니라는 게 명확하다. 다만 왜인지 조금 피곤해졌다. 그냥 좀 생각 없이 살면 좋을걸 왜? 하는 나에 대한 원망도 조금 생겼다. 그리고 그러지 못하는 나를 인정하지 않는 스스로도 조금 답답해졌다. 조금 길을 잃었다.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