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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를 증명하는 일, 마케터에게 필요한 데이터

by 오르 O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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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에 진짜 갑자기 계시받듯 떠오른 생각..을 기반으로 호다닥.



마케팅에서 데이터가 각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의사결정의 동기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주관적 판단에 따른 설득의 편중을 해소하고, 시각화를 통해 설득력까지 높일 수 있다. 이건 경제적으로도 유용한 방식이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 있듯이, 데이터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데이터는 해석의 여지와 조작의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마케터에게는 이것이 유용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성과를 만들고자 하는 마케터에게는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핵심은 데이터를 '실재함'의 증명 도구로 접근하는 것이다. 데이터가 있어서 사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문제를 찾아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호한 수치들 속에서 단순한 증감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정확한 지표를 추출해야 한다.


문제 정의 능력은 다양한 직무에서 핵심 역량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수치의 변화를 찾아내는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현재 어떤 부분에 실질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시적-미시적 통찰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광고 CTR이 떨어진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필요한 유효 트래픽이 감소하거나 핵심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 더 큰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구매 전환 가망고객이 줄어들거나 브랜드 상기도가 하락하는 것이다. 아니, 이것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실제 매출 지표의 감소나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 하락이 진짜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매출 감소와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한 핵심 지표가 광고 CTR일까?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단순한 수치 증감의 연결고리로 사고하면 이런 오류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먼저 왜곡되지 않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그 다음에 필요한 지표와 가설, 그리고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 정의와 지표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가 정확하게 정의되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지표가 바뀔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많은 조직이 수치의 사소한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되면 이것저것 문제인 것 같아서 자잘한 개선은 만들어내지만, 정작 근본적인 해결과는 점점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치를 잘 활용하는 것은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수치 증감이 아니라 사업 전체의 맥락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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