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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미쉘 Dec 14. 2020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건...

넷플릭스 (대시&릴리)

넷플릭스에 올라온 <대시&릴리>의 한 장면이다.
1년 중 크리스마스를 가장 싫어하는 대시와 크리스마스를 너무도 사랑하는 릴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시는 릴리가 서점 한편에 꽂아둔 빨간 노트를 발견하고, 노트에 적힌 수수께끼를 푼다. 다시 그 노트를 제자리에 꽂아두는 대시. 그렇게 노트를 주고받으며 서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대시와 릴리.


5회에서 릴리는 대시에게 모찌 만드는 미션을 준다. 하지만 모찌는 생각처럼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대시는 실패하고 마는데... 릴리는 노트에 모찌를 잘 만드는 비법을 적어두었다.

그것은 바로...


"쓰레기통을 피하고 싶으면
떡의 소리를 들어야 해.
네 머릿속엔 어떻게 해야 할지
거창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할 거야.
하지만 마음이 고요하다면
가끔 가장 좋은 해답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걸 알지.

(중략)
이렇게 말해 둘게.
흐름에 몸을 맡겨 봐."


릴리의 조언대로 떡을 만드는 데 온전히 집중한 대시는 모찌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흐름에 몸을 맡긴 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는 2019년 우연한 기회로 원주 단구동에 있는 비엔나커피하우스에서 커피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게 되었다. 수강생들 중에 커피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커피가 나를 가르쳐요.

커피를 좋아하면, 커피가 다 알려줘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분의 말씀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런 감성이 왠지 멋있어 보이긴 했다.


그리고 2020년...
나는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분의 소개로 그림책을 배우게 되었고, 그림책을 만들면서 나는 그분한테서 또다시 비슷한 말을 들었다.  


"내가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림에 몸을 맡겨봐요.

그럼 얘들이 다 알려줘요. 알아서 착착착.."


그림책을 처음 만들어보는 나는  그림은 완전 초등학생 수준인데 잘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림책 만드는 시간이 버겁게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그분의 말씀 덕분에...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의미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느낀... 흐름에 몸을 맡긴 다는 의미는,

나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잘하려는 마음, 잘 보이려는 마음,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 그 밖에 복잡한 상념들...

이런 것들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

그 고유한 흐름에 나를 맡기는 것,

그럴 때 나는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내게 오래도록 기억되었다.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 내 삶에 벌어지는 일들,
만나고 헤어지는 것, 내게 온 모든 것들이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이런 이치에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온전히 그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매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평온할까.

무언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음을 고요히 하고 그들이 내고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어쩌면...
내 생각과 욕망에 사로잡혀
그들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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