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꾼 미쉘 Nov 25. 2020

아빠한테 배운 삶을 대하는 자세

'아빠처럼 똑같이 살 수는 없지만,  아빠를 닮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

고민이 많은 10대에, 일이 버거웠던 20대에, 나는 아빠 앞에서 종종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곤 했었다. 그럴 때면 아빠는 뭐가 힘드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열심히 찾아서 열거했다. 




아빠는 그런 나를 안쓰럽게 보시기도 했지만 어떨 때는 따뜻한 격려와 위로보다는 핀잔을 주기도 하셨었다.


그게 뭐가 힘드냐. 살아봐라.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솔직히 그런 아빠의 말씀을 들으면 서운한 마음이 앞섰었다. 어른들만 힘든 거 아니라고. 우리도 힘들 때도 있고, 고민도 있다고... 나는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더 나이가 든 지금도 나는 가끔... 힘들다.. 푸념을 하고, 이런저런 불만들을 늘어놓으며 투정을 부릴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나의 모습이 삶을 대하는 나의 자세이고 삶을 해석하는 나의 습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황은 바뀌었지만, 나는 변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의 입에서 ‘힘들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빠의 입에서 세상을 탓하거나 환경을 탓하거나 처지를 불평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빠의 입에서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빠의 입에서 아빠 당신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빠의 입에서 평가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빠는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걸 어떻게 해결하실까를 고민하셨었다. '이게 왜 안 될까.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셨고, 직접 실행해보시고, 답을 찾아가셨다. 고민하셨던 문제가 해결됐거나 답을 찾으셨을 땐 아빠가 발견한 원리를 신나게 알려주시기도 했다. 물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지속해서 고민하셨다. 


'그래서 젊으셨을 때부터 아빠의 머리카락이 별로 없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빠는 세상을, 아빠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그리고 당신 자신을 절대 부정적으로 비판적으로 판단하지 않으셨다.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상황이 좋든 좋지 않든 아빠는 어떤 결과나 평가에 집착하지 않으셨다. 세상을 불평불만하고 남 탓할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택하셨다. 이것이 아빠가 삶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법이었고,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옆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시는 데도 몰랐었다. 눈여겨본 적이 없었고,  기울여 본 적도 없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빠처럼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냥... 나한테 아빠는... 내 푸념과 불평불만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되는 대나무 숲 같은 분으로 생각했었으니까. 

      

지금이라도 나의 삶의 패턴과 자세를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이라도 아빠가 어떻게 사셨는지 돌아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이라도 아빠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빠처럼 똑같이 살 수는 없지만, 

아빠를 닮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