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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목 Apr 04. 2024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내 글에서 낯선 향기가 날 때?

아직 날 수로는 한 달이 채 안됐지만 달력의 월이 바뀌었으니 책이 나온지 이제 두 달째가 된 셈입니다. 글을 쓰는 것과 쓴 글을 '책'이라는 물성으로 변화시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만, 뭐 까짓거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듯 싶습니다.    


온라인 서점들은 보통 비슷한 포맷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어 신간 등록시 같은 자료를 그 사이트에 맞게 복붙하게 되는게 일반적인데 한 군데의 경우 다른 곳에 없는 항목이 있더군요. 바로 <만든 이 코멘트>라는 코너였습니다. 아마 지하철을 타고 이동중이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아껴쓰자는 마음으로 끄적끄적 손가락으로 몇자 적어 올렸는데 ... 바로 등록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순식간에 썼던 글은 사라지고 (저장해 두지도 않았는데...) 추후 담당자 확인 후 올라간다는 메시지가 떴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는 그만 잊었는데, 어제 서평단 서평을 확인하다 어느 분이 작가가 남긴 글이라며 인용을 한 걸 보고 뒤늦게 생각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저런 글을 내가 언제 썼지 했습니다. 


종종 글을 쓰다보면 내가 쓴 내 글에서 낯선 향기를 발견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글을 쓰는 행위가 자기 객관화의 과정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 ... 그랬었구나. 저때는 저런 마음을 가졌었구나. 말로 했다면 휘발되어 버렸을 감정들이 글로는 남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썼던 글을 보면 한없이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어쩌면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야 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 입니다.

2024-03-15

돌이켜보면 힘들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아무튼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건 앞날에 대한 (막연할 지언정) 기대와 희망, 혹은 못난 나를 그럼에도 바라봐주는 누군가의 애정어린 시선 때문일 겁니다. (그런 시선이 아직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더 잘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힘들고 지치면 그냥 걸었습니다. 어쩌면 지구를 몇바퀴쯤 돌았을 지도 모를만큼요. 그래서 소설 속 인묻들이 하나같이 무작정 걷다가 "이상한 LP가게"를 발견하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걷다가 내 눈앞에 왠지 나를 따뜻하게 환영해줄 것만같은 소박한 중고 LP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곳에서 브라이언 이노의 "By This River"가 살짝 노이즈 섞인 음으로 흘러나오는 걸 상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덧 뉴스를 멀리하게 된 건 슬프고 화나는 이야기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아서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잃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힘이 없으면 들어주는 이가 없는 세상. 아픈 상처는 온전이 개인이 떠맡아야 하는 이 세상에서 우린 어떤 희망을 간직한 채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적어도 뉴스를 멀리하는 게 방법은 아닐겁니다. 힘들면 무작정 걷고, 음악을 듣고 그리고 ... 글을 썼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나 스스로 위로받고 싶은 게 먼저였을 겁니다. 상처입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이상한 LP가게에서 만나 음악을 통해 잊힌 기억을 떠올리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고 그렇게 작은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한동안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한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책에는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없지먼 어쩌면 책을 읽다 소설 속 LP음악이 들려오는 착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부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선한 마음이 희망이 되어 독자분들께 잘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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