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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Dec 28. 2020

[넷플릭스] 겨우, 서른(4)

삼십 대, 좋은 물건을 고르는 눈만 높아져버렸다.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확인하고 나니, 여기에 머무르고 싶어 졌어요."


차별 없이 손님을 대한 덕분에 몇억의 영업실적을 달성한 만니, 슈퍼바이저가 되어 보너스로 받은 유럽 크루즈 여행을 위해 예쁜 명품 구두를 구입한다.


출처 : pixabay 멋진 신발은 나를 멋진 곳으로 데려가 준다는데, 그곳이 멋지기에 신발까지 빛나 보이는 것은 아닐지.


이 돈으로 몇 켤레의 구두를 구입할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20대에나 디자인을 따지는 거지, 30대에는 품질이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기분 좋게 카드를 긁는다. 친구인 구자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드레스도 몇 벌 얻었다. 크루즈에 도착한 후 일반실과 vip실을 계속 고민하면서 한잔하고 있는데 량졍셴이라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훤칠하고 박학다식한 량졍셴과의 대화에 꿈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vip 룸으로 업그레이드시켜주겠다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만니는 족히 몇 개월 동안 후폭풍이 생길 큰 액수를 결제한다. 자신이 열심히 번 돈으로 고급스러운 방 안에서 아침을 맞이한 만니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량졍셴은 만니에게 푹 빠졌다. 홍콩에서 사업이 성공해서 큰돈을 벌었고, 모든 것은 돈으로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의 삶과 생각에 당당한 만니에게 더 큰 매력을 느낀다. 물론 만니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진 여성이다. 비록 월세가 감당이 안돼 외곽으로 이사 온 만니는 외로움과 허탈함을 느끼지만 상하이에 산다고 해서 더 멋진 여성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출처 : pixabay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 오로라를 보며 大자로 누워있기


크루즈의 마지막 밤 량졍셴은 자신과 함께 오로라를 보러 떠나자고 고백 하지만 미실의 삶이 있는 만니는 거절하고 연락처도 받지 않고 크루즈 안에서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겨두자고 하고 떠난다.

크루즈에 내려 뒤를 바라보는 만니의 눈빛은 후회였을까,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이었을까.


하지만, 며칠 뒤 량졍셴은 만니를 찾아 미실까지 오게 되고 만니는 자신이 항상 찾던 남자가 그리고 확신하고 인연을 이어나가게 된다. 매번 좋은 음식과 전시, 공연을 보러 다니고 차까지 선물한 그는 상하이 집까지 선물하려 한다. 하지만 만니는 선물을 거절하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아마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겠지. 자신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그에 대한 의심이 자꾸만 커진다.

그의 주변에는 값비싼 와인들과 명품 옷, 외제차가 둘러져있고 훤칠하고 잘생겼는데 이런 완벽한 사람이 아내나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이 만니는 자꾸 마음에 걸린다. 자신과의 관계를 확정 짓지 않으려 한다는 것도.


"내가 어떤 자격으로 이 선물을 받는 거예요?"

"내가 생각한 건 당신이 불편해하는 걸 돈으로 해결해주고 싶다는 것, 거기까지였어요."

그는 매번 말을 회피하지만 만니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차를 몰아보니까 알겠더라. 진짜 능력은 차를 사는 게 아니라 차를 유지하는 능력이라는 걸."

차를 선물 받아도 매달 나가는 비싼 주차비를 만니는 감당하기 버겁다. 결국 큰 육교를 걸어갈 정도의 거리에 있는 주차장을 얻는다. 매장으로 돌아가 보니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쳤고 본사에서 인턴을 한, 영어와 불어에 능통한 어린 상사가 부점장으로 와 인사를 한다.

사사건건 자신의 영업 방식에 토를 달고 본사의 규칙을 따르라는 어린 상사 때문에 더 서럽다.


출처 : pixabay 행복은 너무 꽉 잡고 있거나, 너무 부풀어있으면 터지기 마련이다.


죽도록 일하고 승진하는 것에 삶의 모든 의미를 두게 만들어서 처음부터 힘든 일을 달갑게 받아들이게 하고 서로 속이고 경쟁하게 만드는 사회,

그런 사회에 익숙한 우리.

좋은 물건을 사고 싶지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느껴질 때마다 서럽고 아프다.


이사 때문에 물건들을 못 사는 것과 주차비 때문에 차를 운전하지 못하는 것


하지만 량졍셴은 그런 만니의 서글픔을 깨닫고 매장 바로 앞에 주차장을 마련해주고 미실로 들어와 목걸이를 선물하며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고백한다. 지켜보는 어린 부점장은 입이 한껏 나왔다.


이제 만니는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된 걸까.

퇴근 후 량졍셴과 1일을 기념하며 행복해하는데 갑자기 생각치도 못한 놀라운 고백을 하는 량졍셴.

어떤 고백일지는 다음 편에서 마무리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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