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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울연 Oct 11. 2019

먹물 치즈 식빵

두려운 부분들


먹물 치즈 식빵

나의 우면동 단골 빵집인 소울 브레드는 항상 제자리에 있다. 조그마한 몸집과 달리 진하고 구수한 빵내음은 바로 앞 골목을 돌기도 전부터 마중 나와 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 혹은 일 년이 지나 찾아와도 따뜻함과 그 맛은 변함이 없다. 손님은 언제나 많고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소울 브레드의 제빵사님. 이주 만에 돌아온 이곳에서 오늘의 만족스러운 소비는 먹물 치즈 식빵이었다.


상실감

얼마 전 어떤 분 어머니의 소천 소식을 들었다. 나와 가까운 분의 큰일이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곁에 있는 사람도 이러했는데 그분의 마음은 어떠할까. 곁에 있던 당연한 것들이 사라진다는 느낌은 어떠할까.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을 줄로만 알았던 따뜻한 빵집이 사라지게 된다면 느낄 상실감과 비슷할까. -물론 인간의 생은 물질에 비할게 못되지만.-


행복과 불행은 반비례한다. 행복할수록 불안함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여 행복이 찾아와도 마냥 행복만을 바랄 수가 없다.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것들이 멀어진다.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은 같은 선상의 처음과 끝이 아닐까. 당신이 행복의 길을 걷는 중이라면 세월이 갈수록 그 길은 행복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 길을 누구와, 얼마나 오래 걷느냐의 문제이다.


변치 않는 것

어쨌든 변하지 않는 것들로, 반복적인 것들로 안정을 느낀다. 그러니까 내 단골 빵집이라던지,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이라던지. 혹은 친구들이나 동료들. 내 옆에 머물러 있는 그들, 그 무엇에 감사함을 느낄 줄 안다면, 더 사랑할 줄 안다면, 갑자기 들이닥칠 행복도 불행도 그들과 묵묵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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