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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울연 Dec 13. 2019

출근길

 


 

 그녀는 습관처럼 같은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았다. 따사론 햇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눈을 감았다. 그 온도에 이른 아침의 피로한 눈이 풀리는 듯했다. 스르르 눈꺼풀을 열자 티 없이 새파란 하늘이 그녀의 눈동자를 적셨다.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를 타고 한참 달려야 하는 출근길에서 거의 도착할 때쯤에야 아침잠에서 깬 그녀는 문득 핸드폰을 찾았다.

 [잘 가고 있으려나.]

 그의 문자였다. 그의 매일 같은 안부 때문인지, 한겨울의 추위 때문인지 아침마다 그녀의 볼은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네, 도착했어요. 출근 잘했어?]

 답장을 하는 그녀의 입꼬리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그 여운도 잠시, 출근 시간을 조금 넘긴 그녀는 버스에서 급히 내렸다. 달리는 듯한 발걸음으로 너무 늦지 않게 사무실에 도착했다.


 한쪽 벽면이 넓게 창이 트인 사무실은 아침 햇살이 드리워져 더 아늑하고 고요하게 느껴졌다. 사무실 오른쪽 끝 편에는 항상 오 전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 끝쪽에서는 안 팀장님이 언제나 뭔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애매하게 고개를 어느 편으로든 숙이며 정확히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인사치레를 건넸다. 그리고는 사무실 가운데 그녀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바로 옆 자리에서 그녀의 직속 상사인 송 부장이 막 도착해 분주히 자리를 정리 중이었다.

 어제 별 일은 없었고?

 몸이 안 좋아 어제 일찍 퇴근을 해야 했던 송 부장은 업체 간 개발 검증을 그녀가 별문제 없이 잘 수행했는지 물었다.

 네 별일 없이 잘 마쳤습니다. 허리는 좀 괜찮으신가요?

 어. 원인을 모르겠다네.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는 더 할 말이 없어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노트북을 응시했다.


...

그녀는 나머지 메일을 확인 후 별일이 없음을 깨닫고 잠시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힌 채 눈을 감았다. 그는 뭘 하고 있을까. 그의 출장에 그녀는 조금 무심해야 하는 걸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 꽤나 긴 시간 동안의 공백으로 그의 쉴틈 없는 공간이 멀리서도 충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열두 시 이십 분. 넓은 공간에 세 명뿐이 없어 그랬는지 사무실 공기는 여유로웠다. 그녀는 평소 때보다 조금 일찍 도시락을 꺼내려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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