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레스토랑 즐기기
요즘, 집에서 해 먹는 간단한 요리에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는 중이다. 점심은 뭘 해 먹을까, 저녁은? 함께 식사 메뉴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아침을 챙겨 먹지만 그는 거르는 편이다. 그래도 내게 아침을 먹었는지 물어오는데, 언제 들어도 사랑스러운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그는 끼니때마다 종종 간단한 재료들을 사 온다. 아침으로 사 온 재료들은 빵과 수프. 그가 빵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동안 나는 달걀 두 알로 스크램블을 조리한다. 심심한 맛을 위해 밤맛 스프레드도 준비되어 있다.
점심때이지만 와인 한 잔으로 적당히 기분 좋은 낮술도 괜찮은 듯하다. 치즈를 올린 빵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따뜻한 수프에 빵을 적셔 먹기도 하며 다양한 맛을 즐긴다. 아침을 먹지 않는다던 그도 막상 감질나는 음식 앞에 앉으면 누구보다 열심히 브런치를 즐긴다.
브런치를 즐기고 각자 또는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또다시 저녁시간이 다가온다. 우리의 저녁은 보통 고기 요리로 통하게 된다. 조리도 쉽고 맛도 훌륭하기 때문.
이번엔 살치살 스테이크이다. 등심보다는 가격에 비해 양은 적지만 덜 기름지고 부드럽다. 마늘가루와 허브솔트를 입힌 살치살을 아보카도 오일이 둘러진 팬에서 완전히 익기 전에 꺼내 준다. 살치살에서 흘러나온 육즙에 그대로 오일을 더 추가해 브로콜리와 새송이버섯을 노릇하게 익혀준다.
마늘은 버터에 감자처럼 말랑해질 때까지 익혀주면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옆에 따뜻한 수프 한 냄비도 자리한다. 너무나 간단하게 그럴듯한 한상이 차려진다. 이제 살치살 한 점과 브로콜리, 버섯 그리고 마늘을 입에 넣고 먹는 즐거움을 느낄 시간이다.
하루 약간의 시간을 보태어 무슨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부터 요리하고 식사를 즐기는 과정은 하나의 놀이 같다. 배달음식이나 외식으로 때우는 대신 누군가와 함께 이런 시간으로 채워보는 것이 어떠한지. 그 추억들이 쌓이면 색다른 유대감을 형성해주고 그 유대감은 박한 현실을 살아갈 작은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