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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울연 Oct 28. 2020

RYTK300 요가 지도자 교육 중간기록

여전히 도전 중


RYTK300 요가 지도자 교육을 시작한 지 벌써 9주 차가 넘었습니다. 첫 주 때만 해도 매주마다 글을 쓰겠다는 의지는 하루하루 바쁘고 지친다, 뭐 이런저런 핑계들로 첫날 이후 기록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동안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첫날 새로운 시작의 기록이 있었다면 중간 기록이라고 해야 할까요.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RYTK300 과정은,

치유요가협회에서 300시간 동안의 긴 시간에 걸쳐 획득하는 자격증입니다. 처음에 요가 강사가 하고 싶다!라는 집념으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선택하게 되었어요. 무려 6개월간 이론과 수련이 병행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제 수련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수련 가는 일이 고되지만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며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요가 이론은

와, 정말 새로운 지식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난생 들어보지 못했던 산스크리트어를 배우고 요가 철학, 아쉬탕가 빈야사 시퀀스, 해부학 등의 지식을 얻게 됩니다. 생소한 개념과 단어들이라 처음 이 삼 개월 간은 무조건 외우고 시험 보고 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쌓아나가야 할 이론들이 많지만 4개월 차 되는 지금, 요가는 그저 수련만 하던 때와는 다르게 와 닿습니다. 아쉬탕가 빈야사의 워밍업인 수리야 나마스카라를 하면서 이 동작이 무엇인지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따라 했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 이유와 정확한 방법을 깨달으며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안에서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수련이라 함은

정말 '고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크로스핏도 경험했었던 터라 요가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뻣뻣한 제게는 유연성이 요구되는 아사나와 천천히 흘러가는 단계들이 오히려 힘겹게 느껴졌어요. 처음 지도자 수업이 끝나고서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한동안 멍- 해질 정도로 신선한 자극을 맛보았지요. 이제는 빈야사의 흐름도, 그 고통도 많이 익숙해지고 이론 또한 반복적으로 학습하다 보니,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아르다 욷타나로 햄스트링 늘리기


파스치모타나에서 희망을.

시르사에 이어서 파스치모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임에도, 제가 완벽히 구사할 수 없는 자세 중 하나였어요. 햄스트링이 짧고 오래 앉아 일하는 직업 특성상, 아래 허리가 굳어버린 탓에 무릎을 굽히지 않으면 상체가 고관절을 기준으로 완전히 접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파스치모타나를 하기 이전에 아르다 욷타나로 햄스트링을 조금 풀어주고 자세를 취하면 허리가 펴진 상태에서 햄스트링을 타깃으로 고관절이 접히고 이마가 정수리에 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탠딩에서의 욷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 같은 자세에서는 아직 쭉 뻗기 힘들지만, 접근하기 힘들던 아사나에서 희망을 보니 꾸준히 해왔던 수련시간들이 주는 보답 같았어요.


정체성

누구나, 나 또한 이 즈음의 나이가 되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좀 더 전문성 있게 나아가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하고 있지요. 사실 요가는 현재 직업인 개발자로서 일하며 그 스트레스로부터의 도피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나는 으레 강사를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는 마음이 종종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어서일 수도, 지레 겁을 먹고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일이던지 쉽지 않고 그 시작은 물론, 그 후엔 배의 노력이 필요할 텐데 현 개발자로서도 더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이 마음에 대한 의심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와중에 결국 믿고 나아가고 있는 것이 요가라는 것. 하나의 아사나의 완성 뒤에는 천천히 쌓아나가는 수련과 노력들이 있다는 것. 요가를 알수록 그 배움이 마치 삶의 배움과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렇기에 오늘도 꾸준히 급하지 않은 걸음으로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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