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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Jul 22. 2021

창업하기 전 반드시 체크할 3가지

생각보다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는 업의 본질


지금쓰는 글은 그 어떤 책에 있는 내용을 요약하거나 강의를 기반으로 작성하는 글이 아닌다. 창업 7년 차, 멋 모르고 회사라는 걸 만들어 좌충우돌 해 본 나의 경험, 몇년 간 소규모 양조장 제품/마케팅/브랜드 컨설팅, 최근 양조장을 넘어 스몰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며 답답한 마음에, 그리고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쓰게 된 글이다.


내가 창업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정의했다면 내가 창업하고자 하는 기업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최소한 아래 3가지 측면에서, 양쪽으로 나누었을 때 어느 쪽인지를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창업하려는 조직이

주어진 예산을 집행하는 쪽의 포션이 큰지 vs 제조나 판매를 통해 규모를 늘려나가야 하는지

어떤 조직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vs 고객에게 직접 판매를 해야 하는지

매출과 비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수익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vs 비용 집행시 어떻게 효과적으로 굴릴지


사회생활도 해 본 적 없고 창업 경험도 처음이라면 주변 선배들에게 이 글을 보여주면서 솔직하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권장한다. 창업하고 망하는 위험 비용 보다는 훨씬 적게 들 테니까. 



1. 업의 본질; 비용 조직 vs 생산 조직


내가 창업 하려는 업의 본질이 비용 구조인지, 생산 구조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창업하여 직원들을 데리고 하려는 일이 제품 혹은 서비스를 판매하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는 일인지, 주어진 비용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산출해 내는 일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조직의 확장 구조와 채용해야 할 인력의 성격이 달라진다. 


현재 스타트업씬에서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반드시 생산 조직이어야 한다. 비용 조직은 스케일업이 불가하다. 비용 조직에서 스케일업을 하려면 주된 비즈니스 외에 자체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구개발해야 한다. 


예시)

☞ 마케팅/홍보/광고 에이전시 - 비용 조직
☞ 이커머스 - 생산 조직
☞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는 앱 비즈니스 - 생산 조직
☞ 나라장터, 정부과제, 용역 사업이 주된 비즈니스인 경우 - 비용 조직


예시를 보면 상당히 간결하게 정리될 것이다. 상대로 부터 일정 예산을 받아 주어진 과업 내에서 업무를 완료하고 상대가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서 납품하는 성격의 비즈니스는 비용 조직이다. 주어진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여 상대에게는 최고의 산출물을 납품하고 우리 조직은 최저 비용을 써서 수익을 남기는 것이 본질이다.


생산 조직은 쉽게 말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행위"가 본질인 조직이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사용자든 수치와 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수록 비즈니스가 확장되며 수익이 늘어난다. 제품 제조는 무엇을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비즈니스이니 당연히 생산조직이며 MoQ가 늘면 늘수록, 만들어낸 제품이 많이 팔리면 팔릴 수록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고 수익이 늘어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용 조직은 스케일업을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비용(클라이언트인 비즈니스 상대가 내 회사에 집행하라고 주는 예산은 그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민해야 하는 방향과 미션의 본질이 달라진다. 돈을 쓰는 게 본질인 집단이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 하는 사실에 놀랐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든, 3년 후에, 5년 후에, 10년 이내에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똑같이 마케팅 업무를 하더라도 생산 조직에서 내 제품을 팔기 위해 마케팅을 하는 것과 타기업의 예산을 받아 해당 기업의 마케팅을 대신 실행해 주는 것은 업의 본질이 다르다. 뽑아야 할 인재의 역량과 스타일도 달라진다.


생산 조직은 규모를 늘리고 판매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돈을 벌고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마케팅에 재투자하는 반복 작업과 시행착오를 끝없이 겪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ROI 예측이 어긋나거나 시장 실패를 할 경우 쉽게 실패할 수 있다. 비용 조직은 클라이언트 핸들링을 잘 하고 자신의 비용을 타회사에 맡겨 놓고 고민하는 갑 회사를 안심시켜 줄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상대가 일반 기업이 아닌 정부라면 공공조직의 특성, "성과 보다 실패가 없어야 하는" 그들의 불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실패 확률은 적다. 공공이든 기업이든 예산은 집행해야 하고 한번 거래를 트고 큰 탈이 없으면 비용 조직은 인력을 감축할 지언정 쉽게 무너지진 않는다.


두 가지를 처음 창업한 신생 기업에서 동시에 실행하긴 어렵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면(최소 3~5억 정도가 안정적으로 집행되거나 매출이 발생한다면) 적당한 타이밍에 인력 1명 정도를 투입하는 수준에서 피보팅을 하고 어떻게 두개의 완전히 다른 구조를 효과적으로 얽어넣을 것인지 조직 실험을 통해 서서히 자리잡게 하는 게 안전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전히 둘 중 하나의 비즈니스가 자리잡은 후 자금과 인력에 여유가 있을 때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고 해당 분야의 인재를 영입해서 한번에 세팅하는 건데, 우린 대기업이 아니니까 -_-;;;



2. 고객 정의; B2B vs B2G vs B2C


우리의 주요 고객이 기업인가, 정부인가, 일반 소비자인가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초기 창업 시 대부분 닥치는 대로 일 하다 보면 이 세가지가 막무가내로 섞이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고하고 우리가 타게팅한 고객이 누구인지 최소한 다른 이들은 몰라도 "창업자"만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주요 고객이 일반 소비자라면 소비자 중심의 사업 영역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정부나 기업이 고객인 종류의 사업 제안은 협업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조직을 찾아서 우리 조직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세팅해야 한다. 


얼마 전 만난 대표님은 이미 B2C로 사업을 잘 하고 계신데 기업에서 제휴 제안이 들어오자 이를 위해 신고가 아닌 허가제의 사업체를 2~3개 더 만들 생각을 하고 있더라. 그런데 현재 그 기업은 하나 있는 법인도 적자인 상태였고 기존 법 제도 상 원하는 허가제의 사업체 2개를 동시에 영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기업에서 들어온 제안이 매출 50만원 이하의 매우 소액이었다. 매출이 50만원 안 되면 수익은 10~20만원 사이일 텐데 이에 비해 법인 등기 변경 부터 허가까지 받으려는 데 드는 비용은 매출을 상회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미 허가를 얻으려는 사업의 성격을 영위하는 파트너사를 찾아 약간의 수익을 쉐어하고 바로 진행하는 편이 시간, 비용, 수익의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다. 10만원이 수익이라 가정하면 이 중 20~30%를 나누고 추가 비용을 집행하지 않을 때 7만원의 이익이 생기지만 새로 사업체를 꾸리고 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2~3주가 더 소요되고 매출은 온전히 비용으로 소진되었으며 수익은 당연히 마이너스다.


그 시간에 B2B 비즈니스 업무처리는 적정 수익쉐어로 파트너사에 맡겨놓고 그 시간에 B2C 고객 한명을 더 유치하는 게 낫다.


반대로 우리 조직이 기업에 비딩하거나 타조직에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엔드 유저가 될 수 있는 개인의 입장에서 고민해 볼 필요는 있지만 타게팅한 고객에 대한 본질 자체는 매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너무 당연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고 누구나 다 알 거 라고 생각들을 하지만 의외로 창업한 초기 기업 대표님들 멘토링을 해 보면 1, 2를 정확하게 답하는 사람은 10명 중에 1~2명도 안 된다. 그래서 질의응답과 코칭을 통해 그 자리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하고 실제 과업에 착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고객이 정부인 경우에는 내 프로덕트가 서비스인지, 제품인지에 관계없이 나라장터를 필수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라장터에서 입찰을 하려면 년간 11만원의 인증서 비용을 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도 감안해서 정부사업에 입찰해야 한다. B2B건, B2C건 정부는 양쪽 성격을 지닌 모두에게 고객이 될 수 있지만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B2B 성격을 가진 기업이 많고 B2C로 제품(종이, 문구류, 물품 등)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물건을 대량 납품할 수 있기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


B2B가 본질인 기업들은 고객들의 구매 리뷰가 아닌 평판관리와 인맥이 중요하기에 해당 분야에 대해 컨설턴트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출 수록 도움이 된다. 내가 다녔던 첫 회사인 한국화이자제약 역시 병원을 상대로 하는 생산 조직이기에 공채로 뽑은 신입사원들을 전문대 물리치료사 배울 정도의 해부학개론 수준으로 6주를 빡쎄게 교육시키고 시험을 치게 했다. 


우리 회사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갈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고객을 정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고객을 정의한 후에는 그들에게 어떻게 팔 것인지, 우리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



3. 매출 - 비용 - 수익 구조 분석



아니, 대표님은 어떻게 회사를 경영하신 거죠?




일전에 컨설팅 한 기업의 수익구조. 눈물이 날 것 같다. 내 회사도 아닌데 마음이 무겁다. 저도 거쳐 본 길입니다 흙흙 더 큰 문제는 심지어 내가 이렇게 엑셀파일을 만들어서 채우라고 과제를 드리기 전까지는 크게 분석해 본 적도 없으셨던 거다. 보시다시피 인원수가 늘어나면 적자폭은 줄어든다. (표에는 없지만) 진행 중인 체험 특성상 20인을 넘기긴 어렵고 20인이 된다 한들, 제대로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 


난 사실 양조장 컨설팅하면서도 많이 본다. 제품이 오가고 물건이 명확한 업의 특성 상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몇 병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지, 기존 제품과 공정을 겹치게 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 기획 방향은 어느 쪽인지 전혀 고민하지 않는 업체가 너무 많다.



한 탱크를 빚어서 10가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데
왜 5가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10개의 탱크를 써야 하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벌어지고 있다.


성공한 연쇄창업가들이 많이들 VC가 되어 있는데 그분들 강연들어보면 시간 지나보면 미친듯이 나대는 대표보다 엑셀잡고 씨름하는 분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시는데 창업 만 5년을 훌쩍 넘기면서 그 말이 참 자주 생각난다.


특히 나처럼 창업 초기에 상도 많이 받고 언론에서 주목을 많이 받은 기업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해 창업한 것이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시 과거의 나에게 하는 반성의 말이다.


창업자들은 책상 앞에 다음 3문장을 붙여놓고 하루 3번씩 읽어봐야 한다.


지원금은 이익이 아니다.
상금은 매출이 아니다.
투자금은 남의 돈이다.


비용 조직이든, 생산 조직이든, 고객이 누구든 이 세가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회사가 망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패막일 뿐이지 지원금, 상금, 투자금이 업의 본질을 말해 주진 않는다. 특히 투자는 남의 돈을 빌려쓰는 거라는 걸, 내 지분을 떼어주고 같은 배에 태운 선원이자 감시자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은 창업지원 프로세스나 지원금 체계가 너무 잘 되어 있다. 국가가 일자리 창출이 어려우니 이렇게 라도 돈을 푸는 모양인데 상금, 지원금을 쓰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비용 조직에 가깝다.


스케일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만의 프로덕트(Product)가 필요하다. 또한 그 프로덕트의 주고객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쿠팡이 미친듯이 사이즈를 키우는 것도 현재 적자지만 어느 순간 흑자 전환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는 외부에서는 알기 어려운 어떤 임계점이 있다고 추측된다. 마켓컬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포인트가 1조 만큼 키웠을 때 0.1원 부터가 될지, 1000억 만큼 키웠을 때 1원이 될지는 그들 혹은 하늘만이 알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쓰고 보니 너무 쉬운 글인데 왜 실전에서는 생각보다 초기 창업자들이 하지 못 하고 있는 건지, 내가 이런 친구들만 멘토링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본인도 이런 부분들이 생소하다면 저를 포함해 주변의 선배 창업자들에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여 빠른 시일 내에 내가 하려는 업의 본질,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의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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