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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Apr 16. 2024

손목 분쇄 골절 수술 후기 혐짤주의

아무도 안 궁금해하실 팔 부러진 이수진 근황



1. 상표 출원, 코로나 전에는 6개월이면 충분했던 것 같은데 작년에 신청한 거 이제 심사관 배정되었다 1년  넘게 걸릴 듯 급속 신청해야 6개월 정도 걸리지 않을까?


2. 어제 실밥 뽑으러 가서 팔뚝에 박은 거 뭐냐고 물어봤더니 티타늄이라고 하심 ㅋㅋㅋ  컴퓨터 모니터 최신 방은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3초 동안 쳐다보다가 그냥 찍으라고 하셨음 ㅋㅋㅋ 사이보그 된 거 같고 좋다.  미리 인공지능 로봇 셀프 체험 ㅋㅋㅋ 약간 시니어 체험 같기도 합니다 독수리 타자도 치고…


3. 음성 인식 기능 알고 있었지만 선호하지 않는 기능이었는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음. 지금 페북을 전부 음성 인식으로 작성 중. 주변에서 어떡하냐 불편하겠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는데 사고 나니까 좋은 점도 많다면서 콧노래 흥얼거리고 다니니까 이런 초긍정이 없다며… 


4. 사실 불편함으로 따지면 이루 말할 수가 없죠 한쪽 팔이 없다고 업무량이나 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게 아니라 10배 이상 줄어듭니다 한 손으로 타자 치는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ㅠㅠ  그래서 그래서 요즘 제가 하는 일은 과거 10년 치 술펀의 업무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일단 드라이브 용량 180 기가에서 130 기가로 50 기가를 줄였습니다 저희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했죠? 앞으론 일 적게 하고 돈 많이 벌겠습니다. 


5. 뭐 한쪽 팔 없어도 다 살아지는게 청소는 청소연구소에 맡기면 되고 머리는 미장원 가서 샴푸받고 있습니다. 두 팔 멀쩡하면 뭐 하러 미용실까지 가서 샴푸 받겠습니까? 팔 다치니까 이런 것도 알게 되고 좋네요.


6. 생각보다 두 손이 유용한 활동이 많습니다. 가위로 물건을 자른다거나 뚜껑을 돌려서 연다거나 반찬 뚜껑을 연다거나  한 손을 지지대로 사용할 일이 많답니다. 특히 cltr 누르고 쓰는 윈도우 단축키 못 써서 너무 불편해요. 손이 없으니까 팔꿈치나 입을 쓰게 되더라고요 뭔가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일상적인 어떤 육신이 망가지니까 여러 가지 불편함을 알게 되고 좋습니다.


7, 제일 갑갑한 건 운동을 못 하는 건데 한쪽 팔을 못 쓰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어깨랑 등이 매우 결립니다. 밤에 잘 때도 불편하고요. 하지만 다른 운동은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에 어쩔 수 없이 숨쉬기 운동을 합니다. 호흡 수련. SNPE 하느라 잊고 있던 호흡 수련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좋은 점이 많네요 역시.


8. 4월 1일에 사고 나는 바람에 중기부 상권 활성화 사업 최종 심사를 참석 못 하게 됐는데 농림부 심사를 많이 가다가 올해부터 중기부 심사를 가는데 요즘 로컬 로컬 하다 보니 굉장히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지역의 인구 소멸 문제와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입니다. 팔 부러지니까 시간이 많아져서 이런 걱정도 하고 좋네요. 


9. 매일 진통제랑 항생제가 포함된 약을 먹는 데다가 실제로 회복에 잠이 최고다 보니 수면 시간이 최소 2시간 이상 늘어난 것 같아요 낮잠을 자거나 밤에 일찍 자야 됩니다 당연히 술도 못 마시고요 2주를 참다가 결국 무알콜 맥주를 대량 쟁여 놓았습니다.


10. 수술 퇴원하고 첫 외출이 변호사 미팅이었는데(내 일 때문은 아니고…) 일 때문에 10년쯤 오래 알았고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인데 보자마자 우리 나이에 이제 뼈도 안 붙는데 철딱서니 없이 그러고 다니지 말래ㅋㅋㅋ 너무 인정돼...


11. 제가 키랑 덩치에 비해서 손목 발목이 워낙 얇다 보니 티가 잘 안 나는데 양쪽 손목을 찍은 걸 보면 다친 손목이 세 배 정도 부어 있습니다 진짜 닭발 같아요 되게 웃겨요 실제로 보면 만져보면 아직 부어 있어서 남의 팔 만지는 느낌입니다.


12. 이번에 수술 전에 통증 반응 검사라는 걸 했는데 감각은 초특급 예민(절대미각이니까…)하고 통증은 엄청나게 잘 참더라구요. 거의 고문 한계까지. 그 검사하시는 선생님이 참지 말고 소리 지르라고 하셨는데 견딜만 하다고 했더니 약간 ‘이런 여자는 처음이다’는 얼굴로 쳐다보시던데 역시 제 적성은 독립투사 및 군대인 것 같습니다.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는데 최적화된 듯.











13. 사고 왜 났냐고 다들 물어보는데 사실 쪽팔려서 말을 잘 안 하고 있었음. 아침 출근길에 괜히 킥보드 타다가  내리막길에서 뒤집어졌습니다 ㅅㅂ 제가 2019년에 사고 나서 폐차하고 2022년에 영동대로에서 사고 나서 강남성모병원 실려간 후로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있는데 이젠 킥보드도 멀어지는 것인가. 기사 딸린 차 전세기 외엔 노답이네요. 22년에 한방병원 이번에 정형외과 입원해 보니까 입원도 가끔은 좋은 거 같아요. 아는 분들이 너가 워낙 안 쉬니까 강제로라도 쉬게 만든 것 같다고 하시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4. 공식적인 외부 미팅은 이번 주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만 깁스한 상태고 저 혼자서는 안 가고요 저희 직원이나 이사님들과 꼭 동행합니다. 아니면 온라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코칭 실력도 팍팍 올려 볼까 합니다. 미팅 요청 많이 많이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15. 그리고 정관장이랑 비타민 건강식품 보내 주신 대표님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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